[베스파 M&A]
인수자금 70% 빌린 '영끌 베팅'
② 개인 쩐주로부터 17.5억 차입…3년 내 회수 시도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09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루츠홀딩스-티나코퍼레이션 컨소시엄은 베스파 인수자금의 70%를 차입을 통해 충당했다. 전체 인수자금 35억1000만원 가운데 24억5000만원이 '빌린 돈'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짊어진 채 시도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베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츠홀딩스-티나코퍼레이션 컨소시엄은 지난달 25일 베스파가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루츠홀딩스가 28억1000만원, 티나코퍼레이션이 7억원을 각각 책임졌다.


루츠홀딩스는 신주 인수에 10억6000만원, 전환사채(CB) 인수에 17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자기자금은 신주 인수에 활용한 10억6000만원이 전부다. 나머지 자금은 김모씨로부터 빌렸다. 사실상 '개인 쩐주'가 베스파 인수자금의 절반을 댄 셈이다.


베스파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차입 기간은 3년. 주식이나 현물 등을 담보로 제공한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책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만기가 도래하기 전 투자금 회수에 착수해야 대여금 상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단 1년간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되는 내년 11월 중순 이후부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루츠홀딩스가 인수한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모두 3%로 설정했다. 전환가액은 500원(액면가)으로 내년 10월 25일부터 보통주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전량 보통주 전환이 이뤄질 경우 현재 발행주식수의 7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베스파는 CB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회생채권 일부 상환'과 '주간사 용역보수 지급'에 활용할 예정이다.



딜을 합작한 티나코퍼레이션은 인수자금 7억원을 모두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이 회사는 자산총액 10억100만원 가운데 10억원을 부채로 계상했다. 자본금 100만원에 불과한 회사가 인수합병(M&A) 목적으로 외부자금을 끌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티나코퍼레이션과 루츠홀딩스가 이번 M&A를 위해 세워진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있다. 두 법인은 베스파 M&A 본계약 체결 직전(7월 중순) 나란히 설립됐다. 루츠홀딩스는 오라인베스트먼트, 김제봉, 이유태 등 8명의 출자자가 자금을 댔고, 티나코퍼레이션은 강상원·배기홍씨가 각각 60만원, 40만원씩 출자했다.


일각에선 배기홍 티나코퍼레이션 대표가 김진수 베스파 대표의 측근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대표의 아내인 배수현(1980년)씨와 배 대표(1982년)가 특수관계인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배 대표는 티나코퍼레이션 설립 전 2년여간 제이티저축은행 인사팀 대리로 재직했다.


딜사이트는 베스파 측에 사실 확인을 위해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단정 짓긴 어렵지만 창업자의 최측근이 M&A에 참여한 게 맞다면 티나코퍼레이션이 김 대표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간접적으로 돕는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스파가 새 주인을 맞이하긴 했지만, 본연 사업인 게임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교적 '헐값'에 경영권 손바뀜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루츠홀딩스-티나코퍼레이션 컨소시엄이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끌어왔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미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닌 인수측이 후속작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추가로 쏟아 부을 여력이 남아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루츠코퍼레이션이 전개하는 여성 의류 브랜드 '스컬프터'. (출처=위시버킷 홈페이지 갈무리)

희박하지만 루츠홀딩스 관계사인 루츠코퍼레이션이 자금줄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 이유태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5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6.2%, 영업이익은 두 배 늘었다. 여성 의류 브랜드 '스컬프터'로 인지도를 쌓으면서다. 그러나 당장 신작 게임개발비를 지원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여력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개발인력이 모두 이탈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후속작을 내놓는다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보유한 킹스레이드 IP를 비롯한 유·무형자산을 처분한 뒤 피보팅(사업 전환)을 시도할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베스파 회생절차 조사위원과 매각 주간을 맡은 도원회계법인 또한 베스파의 계속기업가치를 마이너스(-) 210억7600만원, 청산가치를 10억5200만원으로 평가했다. 회생절차를 통해 기업 활동을 이어가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M&A를 거쳐 킹스레이드2가 출시되고, 성공을 거둔다면 분석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부연한 바 있다.


이밖에 몇 년 전 베스파와 비슷한 형태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가 재기에 성공한 '아이톡시(옛 와이디온라인)' 관련 세력들이 재등장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투자사로 참여한 오라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정상훈 플러그박스 대표, 변종섭 유니파트너스 대표, 김제봉 루츠홀딩스 대표 등이 연관돼있다. 이들 중 변 대표의 경우 당시 아이톡시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피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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