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리스크
구광모 LG그룹 회장 vs 경영권 흔드는 세 모녀
② LG측 "적법한 상속"...구광모 체재 강화 속도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17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이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운구하고 있다. 2018.5.22<사진출처_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그동안 '오너리스크'가 크게 없던 LG그룹에 있어 이번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이하 세 모녀)의 상속 소송은 충격이었다.


여타 재계 그룹들이 오너리스크로 신음할 때 LG그룹은 '인화'를 추구하며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왔다. 하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예상치 못한 상속 소송전으로 그룹 전체가 처음 겪는 '오너리스크'를 겪으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최근 구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대표가 경영 참여를 원한다는 취지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상속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순수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으로 알려졌던 LG 상속 소송이 고 구본무 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면서 여론이 구 회장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세모녀, 녹취록서 경영 참여 속내 드러내 


28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김 여사와 구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핵심은 원고(세모녀) 측이 지난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됐다는 점이다. 녹취록에서는 당초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던 구 대표가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비친 가족 간 대화가 나왔다. 이 발언은 재판 말미에 나온 원고 대리인 측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과도 배치된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 모녀가 LG그룹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상속 분쟁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 사장은 재판 이후 구 대표의 경영권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판에서) 말씀드린 내용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권 참여를 요구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은 그동안 '인화'를 추구하던 구본무 회장의 생전 의지와는 배치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의 경영권을 얻기 위해서는 세 모녀가 그룹을 경영해야 하는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이미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는 대내외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주력 사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구본무 선대회장이 뿌린 씨앗이 구광모 회장대에 이르러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세 모녀가 경영권을 가져갈 이유와 명분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에 LG그룹에서도 세 모녀의 경영권 요구는 LG그룹과 미래를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결국에는 돈을 노린 소송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오히려 세 모녀 측은 구자경 LG명예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이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을 모습까지 들춰내는 양상이다. 세 모녀를 대리하는 원고 측 변호인은 "구자경 명예회장이 2009년 치매로 판단력이 떨어져 제대로 말을 못 한 것이 맞냐?"고 이날 증인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이 말년에 치매라는 질병으로 아들인 구본무 회장을 먼저 보내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세모녀는 명예회장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경영권을 노렸다.


녹취록에서 김 여사는 "우리가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주주 간담회에 낄 수 없다"며 "연경이가 아빠를 닮아서 (경영을) 전문적으로, 자신 있게 잘할 수 있으니 경영권 참여를 위해 다시 지분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재계에서는 세모녀가 LG그룹 계열사 일부를 요구하거나 상속 지분만큼의 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를 떼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경영에 경험이 있는 구 선대 회장의 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글로벌 파트너가 계열사 경영을 맡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쇄신 속도 내는 구광모호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LG그룹 연말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수장을 보필하던 부회장단 자리가 6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었고 그동안 선대회장이 선임했던 부회장 인사들이 모두 퇴진했다.


지난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에 이어 올해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그룹을 떠났고,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만이 남았다.


2018년 6월 구광모호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6인의 부회장단이 있었다. 하현회 LG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었다.


이 중 유일하게 남아있던 권영수 부회장이 LG를 떠나면서 선대 회장이 선임한 부회장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남은 2명의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모두 선임한 인사들이다. 노련한 1957년생인 신 부회장과 비교적 젊은 1963년생 권 부회장의 2인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앞으로도 선대 회장의 경영성과를 확실하게 넘어 '구광모의 LG'로 만들기 위해 세대교체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 회장이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적해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회장직을 물려받았다는 꼬리표가 있다. 구 회장 본인의 경영 능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고 명실상부한 LG그룹 수장으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선 세대교체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구 회장이 세대교체를 통한 LG그룹의 쇄신과 이에 따른 경영성과를 통해 대국민적인 여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소송에도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세 모녀의 목적이 단순히 올바른 절차의 지분 상속을 원하는 것이 아닌 경영 참여임이 드러난 만큼 구 회장과 LG그룹에서도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면서 "결국 경영권 승계에 대한 명분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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