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희들한텐 안 팔아(?)
적격인수자 안 보이는 HMM M&A…애매할땐 과감한 연기도 필요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08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HMM)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막을 올린 HMM 인수전은 재계와 시장, 시민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관심을 가졌던 M&A(인수·합병)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산업은행 포트폴리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정부의 입맛을 맞출 원매자가 존재 할지부터 의구심이 드는 등 어떤 딜(Deal)보다 매각 시점 예상이 어려워서다.


최근 재계나 해운·물류업계는 산은이 목표로 한 '연중 HMM 매각'의 실현 가능성이 크게 작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1일 막을 내린 예비입찰에 모습을 드러낸 원매자(하림·동원·LX그룹,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들이 인수에 하자(瑕疵)가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재정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해운사업을 유지하며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 주요 주주에 매각이익도 안겨야 한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원매자 3곳은 인수재원 마련방안부터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가치는 3조원이 넘고 오는 10월에 전환될 영구채 물량만 1조원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원매자는 최소 4~5조원을 들여야 하는데, 하림 등이 보유한 돈은 이에 턱없이 부족하다. 대규모 외부자금 조달이란 카드가 있긴 하나 이 경우 외부 투자자의 엑시트(투자금회수)로 인해 인수자의 대주주 지위가 흔들린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팍로이드는 어떨까. 세계 5위 선사인 이 곳은 HMM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기간 물류특수를 누리며 곳간을 채웠다. 이에 올 6월말 기준 보유 현금자산만 67억9200만유로(9조9145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진 외부차입 없이 HMM을 온전히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이 경우에는 '명분'이 걸린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연초 HMM 인수적격자로 물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라고 점찍었다. 해운사를 국가적 전략자산으로 인식하는 만큼 외국자본에 팔긴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매물로 나온 현대LNG해운의 원매자로 HMM이 거론된 것도 "해외 매각은 안 된다"는 위기감이 한몫했다.


이 때문인지 산은 안팎에선 "올해는 글렀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거론된 누구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에 처했으니 정부의 입맞에 맞는 국내 대기업이 나타날 때 까진 '존버'가 답이라는 것.


물론 현 시점에서 M&A 성사 여부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다. 다만 가격과 명분 모두를 챙길 수 없다면 매각작업을 과감히 연기하는 것 역시 정부·산은 등의 역할이라고 본다. 아울러 원매자 또한 인수전에 나선 배경이 HMM의 보유 현금(6월말 기준 12조5426억원)은 아니었음 한다. 이는 HMM이 추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비용으로 쓰여야지, 무자본 M&A 세력의 잇속 챙기기에 활용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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