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건전성 점검
PF 위기 피한 케이프證, 수익성 개선 '험난'
배당 확대 탓 자기자본 상승률 낮아…단기 차입 의존, 이자비용 부담 커져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15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충당금 적립 강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손실 인식 등을 주문하면서 증권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고 우량 사업장 선별을 위한 기준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 PF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다만 실적 저조에 따른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등 지표를 통해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 (출처=케이프투자증권)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위험부담을 줄였으나,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높은 배당성향 탓에 사내 유보금을 쌓지 못하면서 제때 몸집을 확대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 밖에 최근 실적 하락 속 대출 관련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2021년 말 513억원에서 2022년 3961만원으로 줄었다.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63억원을 기록해 소폭 회복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6년 케이프 계열로 편입된 후 자기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지 못한 가운데, 영업 자원을 집중한 IB 부문과 자기매매부문 등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몇 년간 소형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자기자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2018년 말 2178억 2023년 3분기 2595억원으로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소형 증권사인 한양증권은 2695억원에서 4810억원으로 78%, 상상인증권은 자기자본을 1000억원에서 2328억원(132%)으로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케이프투자증권의 높은 배당률이 자기자본 확충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첫 배당을 진행했던 2015년 29억원 수준이었던 배당금은 2018년 50억원, 2019년 59억원, 2020년 59억원, 2021년 109억원으로 점차 늘어났다. 이 기간 케이프투자증권의 결산배당률은 34~60%에 달한다. 증권사 시가배당률이 통상 10%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의 자본규모 및 영업순수익 시장점유율은 점점 악화됐다. 사업기반이 제한적인 가운데, 투자은행(IB)·운용 부문을 제외한 각종 사업 부문의 실적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의 자본규모 및 영업순수익 시장점유율은 2018년 기준 각각 0.4%, 0.5%에서 2023년 2분기 기준 모두 0.3%로 하락했다.


특히 자기자본을 크게 늘리지 않은 채 IB 사업 비중을 늘렸던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다. 케이프투자증권의 매수 및 합병부문 수수료 수익은 부동산 PF 호황기와 맞물리며 2018년 267억원에서 2019년 253억원, 2020년 285억원, 2021년 452억원, 2022년 344억원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 3분기에는 11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127억) 감소했다.


이 밖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리테일 사업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17년 말 1757억원에 달하던 케이프투자증권의 투자자 예수금은 2018년 말 901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하락하더니, 2023년 3분기 49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로 인해 케이프투자증권의 예탁수수료는 2018년 108억원에서 2023년 3분기 23억원으로 78%가량 줄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단기 차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기자본(2600억원) 대비 전자단기사채(전단채)와 환매조건부채권 등 단기 자금 조달 증가세가 과도하다는 평가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전단채 규모는 2018년 1100억원에서 2023년 3분기 1700억원으로 54% 증가했다. 환매조건부채권의 이자비용 역시 2018년 82억원에서 2023년 3분기 224억원으로 지난 5년간 170% 늘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이자비용은 2018년 말 179억원에서 2023년 3분기 407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리 인하 시기가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비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한 차례 중단했던 배당을 올해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을 재개하게 되면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올해 배당 예정액은 주당 200원으로, 이익잉여금 중 약 67억원이 배당금으로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속적인 부동산 PF 대출 관리로 우발부채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의 현재 자기자본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져는 약 10%(273억원)로, 2023년 3분기 말 기준 중소형사 평균인 43%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상태다. 더불어 케이프투자증권의 부동산 PF 투자는 대부분 수도권 지역으로, 부실사업장이 집중된 지방에 비해 금융감독원의 추가 충당금 적립 요구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업인 케이프가 보유부동산의 매도대금 일부를 활용해 케이프투자증권의 단기사채를 매입하는 등 지원 여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경영 악화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2년 12월 케이프는 케이프투자증권의 전단채 100억원을 매입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케이프는 유후부지 부동산 매각이 이뤄지면 케이프투자증권에 약 700억원의 추가 유동성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세전이익 202억원을 달성하는 등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경쟁사 평균보다 높은 7.6%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2024년 역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우선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해 세전이익 ROE 7%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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