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PF위기 점검
원가 급등에 준공지연까지 '이중고'
③건설사 채무인수 사례 급증, 지체보상금 부담 늘며 '일파만파'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7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은 그간 수면아래에 놓여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이 실체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이후 정부와 금융권이 옥석가리기를 시작해 일부 사업장은 본PF 전환에 성공하며 순항하는 반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바닥을 쳤으니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론과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부정론도 엇갈리고 있다. 딜사이트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부동산PF 시장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불안감은 확산세가 일단 주춤하지만, 시공사의 건설원가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회사의 사업역량이 비교적 열위한 중·소형 건설사들이 개별 현장의 준공기일을 지키지 못해 시행사의 PF 채무를 어쩔 수 없이 떠안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기존에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착공현장 PF 우발부채의 현실화 가능성이 업황 악화로 점차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거론되는 건설사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0위 내지 200위 사이에 이름을 올린 중소형사들이다. 최근엔 100위 이내의 건설사에서 준공기일을 지키지 못해 시행사 채무를 인수하거나 지체보상금을 부담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 준공 지연에 입주자들과 마찰…지체보상금 '새 뇌관'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이 컨소시엄을 꾸려 공사 중인 세종시 행복도시 '산울동 리첸시아 파밀리에' 신축사업은 지난 1월31일까지였던 준공예정일을 지키지 못해 입주예정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민원을 접수한 세종시는 완벽한 시공과 점검없이는 '임시사용승인' 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입주예정자가 개인 사정을 호소하며 임시사용승인을 요청했지만 법규를 위반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현장은 입주예정일의 45일 전인 지난해 12월17일 사전점검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세종시의 과태료까지 부담하며 미뤘다. 지난 1월5일 사전검검을 재추진한 결과, 약 8만건의 하자가 발견됐다. 입주예정자들의 항의가 이어진 끝에 세종시는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이 제출한 임시사용승인 신청을 취소했다.


이 사업은 세종시 행복도시 6-3생활권 내 총 1350가구, 오피스텔 217실 등 총 1567가구의 대단지를 조성한다. 사업 지분은 금호건설이 41%, 신동아건설이 39%, HMG파트너스가 20%를 보유했다. 


하지만 기한 내 준공이 어려워지면서 시공사는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등 추가비용 추입이 불가피해졌다. 시행을 금호건설이 맡으며 PF 채무 인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금호건설이 도급방식으로 진행한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신축사업의 경우 시행사의 PF 채무 612억원을 회사가 떠안았다. 책임준공기한이 지난달 13일까지였으나 입주예정자 민원으로 사용승인 획득이 늦어진 것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2지구 일원에 지하 2층~지상 최고 15층, 8개 동 총 513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도급액은 1131억원으로, 분양 완료 세대의 잔금을 수금하면 채무 인수액을 전부 상환할 수 있다는 게 금호건설의 설명이다.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조감도. (제공=금호건설)

시공능력평가 순위 21위인 금호건설 외에도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한 PF 채무 인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작년 기준 81위를 기록한 유진그룹 계열사 동양은 최근 금왕 물류센터 개발사업 관련 1800억원의 PF 채무를 인수했다. 사용승인 지연에 따른 채무인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업은 충북 음성군 금왕테크노밸리 산업단지 일원에 연면적 12만㎡,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물류센터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지난달 20일까지가 책임준공기한이었다. 동양의 도급액은 1463억원이었다. 물류센터 수요 침체로 매매계약이 추진 중이지만 왼료 시점을 확정하기 어려워 채무 상환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들어 건설사의 책임준공 미이행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건설업황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원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는 등 업황 자체가 침체돼 있는데 PF 보증채무 위기론까지 더해져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 역시 크고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승인 획득 등 준공 절차를 진행이 늦어지는 건 단순 행정 절차 지연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준공기한 연장 등 EOD 막기 안간힘

동원은 이번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1800억원의 채무를 인수하게 됐지만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기한이이익상실(EOD) 선언을 피할 수 있었다. 회사 측은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한 EOD 선언은 대주단 협의를 통해 유예된 상태"라며 "유예 기간은 대주단과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대주단 또는 시행사와 협의를 통해 EOD 위기에서 한숨 돌리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44위인 까뮤이앤씨는 지난달 2일 양양 낙산 생활숙박시설 신축사업에 대한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402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그러면서 오는 5월 31일까지 책임준공기한을 연장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주정리 2-15 일원에 지하 6층~지상 20층, 438실 규모의 '그랑베이 낙산'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1년 5월 말 까뮤이앤씨가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며 당시 도급액은 513억원이다.


회사 측은 "준공일정 지연에 따라 대주단(채권자), 차주(원채무자,시행자), 시공사(당사), 대리금융기관 간 대출약정 관련 합의를 통해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할 수 있었다"며 "분양 완료된 물건에 대한 예정된 잔금이 본건 채무인수 금액을 상회하기에 상환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 899위 상지카일룸이 참여한 '해운대 중동 카일룸 신축공사' 역시 책임준공 기한을 오는 5월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사업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1502-1 일원에 지하 2층~지상 6층의 공동주택 12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었고 지난 2월 18일이 책임준공기한이었다. 이를 지키지 못한 회사는 199억원의 채무를 인수해야 하지만 변경된 책임준공기한을 지킬 경우 EOD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건설사 줄도산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이 책임준공기한 연장 등으로 이어져 불안하게나마 업계에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위기론이 확산하면서 건설공제조합 등 정부와 유관기관이 책임준공 보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건설업황 침체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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