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피프티 소속社 어트랙트, VC 외면받은 이유
CB 콜옵션 90% 조건 요구…"위험부담 대비 기대수익률 낮다 판단"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7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출처=어트랙트 홈페이지 갈무리)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걸그룹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의 법적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어트랙트가 최근 진행한 펀딩에서 다소 무리한 투자 조건을 제시했던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발행하는 전환사채(CB)의 최대 90%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트랙트는 지난 6월 총 20억원의 외부 자금을 수혈했다. 어트랙트가 발행한 CB를 전략적투자자(SI)인 예스24와 한세실업이 10억원어치씩 인수하는 구조를 짰다. 당시 투자 전 기업가치는 6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어트랙트의 몸값은 올 들어 수직 상승했다. 소속 가수인 피프티피프티의 대표곡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진입하며 돌풍을 일으킨 덕분이다. 지난 3월 시드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200억원)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몸값이 3배나 뛰어 올랐다.


피프티피프티가 빌보드 차트를 뒤흔드는 등 인기몰이를 하자 벤처캐피탈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대형 펀드를 다수 운용하는 국내외 유수 벤처캐피탈들이 어트랙트 투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어트랙트는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을 확보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조건이 현실과 괴리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한 콜옵션 비중이 90%로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투자를 검토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아무리 CB 투자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10~30% 안팎의 콜옵션을 설정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그 이상으로 콜옵션을 부여할 경우 투자사의 위험부담은 늘고 기대할 수 있는 수익성은 크지 않은데, 최대 90% 수준의 콜옵션 조항이 포함된 딜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벤처펀드의 경우 개별 기업에 투자해 회수한 자금을 재투자할 수 없다. 벌어들인 만큼 출자자(LP)들에게 배분해야 한다. 만약 FI가 콜옵션 90% 조건을 수락하고 어트랙트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향후 기업가치가 콜옵션을 전량 행사할 정도로 오르더라도, 투자금의 10%에 대한 업사이드포텐셜(주가 상승 잠재력)만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어트랙트의 기업가치가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면 펀드 수익률과 관리보수에 악영향만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사실상 채권에 가까운 형태로 투자금을 조달하려다 보니 '모험자본' 성격을 띠는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입을 모았다.


피프티피프티의 화제성을 이어갈 만한 프로듀싱(제작)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FI들을 설득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어트랙트 투자를 검토한 심사역은 "발매곡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긴 했지만 원히트원더(One Hit Wonder)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안정적인 프로듀싱 역량이 필수라고 봤다"며 "지속적인 흥행을 보증할 만한 인력 구성이나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피프티피프티 멤버 4명이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조정기일을 오는 9일로 지정했다. 조정에서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최근 SI로 합류한 한세실업과 예스24의 투자금 회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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