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발 묶였던 투자 재개하나
설비투자·자산취득 뒷걸음질, 경영 공백 해소…현금성자산 636억 '여력 충분'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4일 17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 본사 전경. (제공=남양유업)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장기간 끌어온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시장에선 경영 공백이 해소된 만큼 발이 묶였던 신규투자도 빠르게 재개될 것으로 관측 중이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 사이의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상고 기각을 선고하며 1심과 2심 재판부에 이어 최종적으로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3년여간 이어진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이날 판결에 따라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2.63%에 대한 매매가(3107억원)을 최종 지불한 뒤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진을 꾸릴 예정이다. 한앤코 측은 이르면 3월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안건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시장에선 이번 판결로 경영 공백이 사라진 만큼 남양유업의 신규투자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동안 주력사업의 시장구조적인 한계 속에서도 경영권 분쟁 소송 탓에 대규모 투자가 발목을 잡혀왔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주력인 우유·분유사업 침체로 극심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담당하고 있는 우유·분유사업의 합산매출은 2019년 7665억원에서 2022년 6721억원으로 3년 사이 12.3% 감소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매출도 5274억원에 그쳤다. 국내 출산율 저하에 따른 구조적인 한계 직면과 함께 대리점 갑질과 불가리스 사태 등 각종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점이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경쟁사인 매일유업이 건강기능식품 확장을 위해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출시하고 디저트사업 강화를 위해 자회사 엠즈베이커스를 신설하는 등 미래먹거리 마련에 집중하는 동안 남양유업은 새로운 투자보다는 현상유지에만 급급했다.


실제 이 회사의 설비투자비율을 보면 2019년 9.26%에서 2022년 0.76%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무형자산 취득액 역시 956억원에서 74억원으로 92% 쪼그라들었다. 이는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주요지표 중 하나인 순자산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남양유업의 순자산(자본총계)은 2019년 9122억원에서 작년 7380억원으로 불과 3년새 1742억원(19%↓) 감소했다. 지속된 적자로 이익잉여금이 줄어든데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자산 취득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행인 점은 남양유업이 신규투자를 재개할 현금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15.9%의 건실한 부채비율과 636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충분한 투자여력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는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사거리에 본사 사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건물의 자산가치만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향후 투자는 보유한 제품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력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확장과 건강기능식품, 케어푸드 등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신규투자에 대한 충분한 재무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결정하고 집행할 경영 공백으로 좀처럼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며 "이제 제약이 사라진 만큼 과감한 신규투자로 새로운 동력 찾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날 판결로 남양유업의 새로운 주인이 될 한앤코도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