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이제 '마용성'이 아닌 '마용도'
재개발 단지 규모에 따라 자치구 정치색 변화 현상 나타나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08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2대 총선 서울 결과 (사진=네이버 캡쳐)


[딜사이트 박성준 차장] 부동산 업계에선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의 강북지역 상급지로 마‧용‧성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다. 말그대로 한강변을 남향으로 접하고 있는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를 일컫는 말이다.


이 지역은 서울에서 강남 3구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이 높은 상급지로 꼽힌다. 서울의 핵심 업무지구인 강남이나 여의도의 접근성이 좋고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해 사통팔달 어디든 짧은 시간 내 이동이 가능해서다.


보통 서울의 부동산 입지와 연계된 지역별 정치성향을 살펴보면 강남과 같은 부촌은 보수색이 강하고 서울 외곽의 자치구들은 진보색이 강한편이다. 다만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재미난 결과가 발견됐는데 자치구별로 인구의 유출입에 따른 정치 성향도 함께 변한다는 점이다.


과거 마‧용‧성의 3구 중 용산을 제외한다면 마포와 성동은 진보색이 비교적 강한 동네였다. 현재와 같은 대규모 재개발이 되기 전에는 주거환경이 다소 열악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도 뛰어난 입지덕에 많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됐고 최근 10년 사이에 고소득층과 중산층이 대거 유입됐다. 자연스럽게 정치 성향도 점차 보수화돼 갔는데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여줬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범야권의 대승으로 끝나면서 성동구는 민주당이 가져갔지만, 마포구의 경우 갑과 을 지역 중 갑 지역은 국민의힘이 신승을 거뒀다.


선거의 전체적인 결과가 야당으로 크게 기울었음에도 이렇게 소수의 지역구를 여당이 가져갈 수 있는 배경에는 최근 진행된 재개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포갑 지역은 기존의 한강변 밸트의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최근에 조성된 아현뉴타운에서도 보수정당을 향한 지지표가 대거 나왔다.


아파트 단지별로 투표결과를 살펴봐도 주요 아파트의 모든 표심이 보수정당으로 쏠렸다. 이 지역 가장 많은 세대수를 가진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도 보수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향후 이 지역에 예정된 신축 아파트 단지가 추가로 공급된다면 정치색은 더욱 보수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이변을 일으켰던 도봉구갑 지역 역시 표심은 그 지역 대장아파트 단지가 갈랐다. 도봉구 역시 기존엔 진보색이 강한 곳이지만 결국은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대단지 아파트 단지와 기존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보수정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도 분석된 결과이지만 도봉구갑 지역은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북한산 아이파크에서 보수정당의 지지 표심이 강했다. 여기에 창동역을 둘러싼 주공아파트의 재개발 열망이 이번 선거의 이변을 일으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창동민자역사 개발 또한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적극적 추진이 일부 표심을 끌어왔다.


물론 선거란 것이 지역의 상황과 더불어 공천과 각종 정치적인 이슈 등 복합적인 영향의 결과로 나타나지만, 인구 유입에 따른 거주민의 변화와 도시정비사업에 관한 부동산 민심이 오히려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간 선거에서 진영논리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자 서울의 경우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곳은 상급지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일부 커뮤니티에선 도봉구를 새로운 상급지 벨트로 묶어 마용성이 아니라 마용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자고 농담섞인 글을 쓰기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건대 부동산 민심은 정치인들에게 참으로 무서운 존재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으레 공과금을 동결하거나 생활물가를 잡겠다는 등 다양한 선심성 공약을 내놓지만 부동산 민심을 살피는 것만큼은 우선순위의 최상단에 둘 수밖에 없다. 그 지역구의 대장 아파트는 어디인지 그리고 재개발‧재건축을 지지하는 조합과 인원규모는 몇 명인지 파악하는 게 선거의 승률에 여전히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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