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 김윤구號, 非IT전문가 SDV 대응 물음표
'뒷돈 의혹' 서정식 前대표 퇴진 후 급파…김윤구 신임 대표, 경영지원파트 경력 특화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신임 대표. (출처=현대차그룹)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김윤구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으면서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출신의 IT(정보통신) 전문가가 CEO(최고경영자)를 맡아온 관례를 깨고 인사 분야에 몸담아 온 김 대표가 방향타를 잡게 되면서다. 


현대차그룹의 중점 과제인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전환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오토에버가 제대로 공조해 나갈 수 있을 지 물음표가 붙는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섬유센터에서 제2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윤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서정식 전 대표의 뒤를 이을 CEO로 내정된 뒤 3개월 만에 정식으로 취임하게 됐다.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김희철 전 서울국세청장과 이선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로 선정하는 안건도 통과했다. 현대오토에버를 진두지휘할 수장을 비롯한 이사회 멤버가 새롭게 꾸려지면서 3년 임기의 김윤구호(號)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것이다.


김 대표는 먼저 변화된 포트폴리오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개편과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정관의 사업목적에 '기간통신사업'을 추가하고 5G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최대주주인 현대차(지분율 31.59%)가 추진하고 있는 SDV 고도화와 높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한다는 방침 아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혁신에 몰두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소프트웨어 전문 부품사로서 현대차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는데 다소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사업인 5G 특화망을 비롯한 기존 BSW(Basic SoftWare), 내비게이션 SW 등을 진두지휘해야 할 김 대표가 이전 CEO들과 다르게 IT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대맨'이지만 커리어 대부분을 인사 분야에서 쌓은 경영지원 파트에 특화된 면모를 지닌다. 실제 현대건설 인사실장(상무)을 거쳐 2012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뒤 ▲인사기획팀장(2012년 1월~2016년 12월) ▲인사실장(2017년 1월~2020년 12월) ▲감사실장(2021년 1월~2023년 12월)을 지냈다.


김 대표 부임 이전까지만 해도 현대오토에버의 수장은 주로 현대차에서 IT 산업에 조예가 깊은 경영자가 도맡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다. 김 대표의 직전 전임자인 서정식 전 대표(2021년 3월~2023년 11월)의 경우 대림코퍼레이션 IT컨버전스부문장, 현대차 차량지능화사업부장, 현대차 ICT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 전 대표에 앞서 현대오토에버를 이끈 오일석 전 대표(2018년 11월~2021년 3월)도 현대차 생산정보화실장, 현대차 엔터프라이즈IT사업부장을 거쳤다.


2010년대에 현대오토에버 CEO를 지낸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영철 전 대표(2018년 4월~2018년 10월)는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받은 공학도로 현대차에서 정보기술본부장을 맡았다. 장영욱 전 대표(2016년 3월~2018년 4월)와 박성근 전 대표(2012년 9월~2015년 12월) 역시 현대차 정보기술본부의 일원으로 몸담은 뒤 현대오토에버 사령탑에 올랐다.


비(非) IT전문가 출신인 김 대표가 현대오토에버 수장에 오르게 된 것은 경영 공백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협력업체로부터 8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물러난 서정식 전 대표의 자리를 매울 적임자로 낙점됐다. 김 대표가 현대차 감사실장 자리에서 계열사 CEO로 급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여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서 전 대표가 갑작스레 퇴진한 뒤 임시 대표를 맡은 황경원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계속해 현대오토에버를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현대차 출신이 아닌 탓인지 한 달 만에 임시 CEO에서 내려왔다"며 "김윤구 대표가 차기 대표로 낙점된 것을 보면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전문성 보다는 현대차라는 출신 성분을 더 중요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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