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앤콜' 공식 붕괴...'11번가' 파급 일파만파
SK스퀘어, FI 보유지분 콜옵션 포기...SK그룹 투자 재검토 목소리도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4일 15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SK스퀘어)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SK스퀘어가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주식(18.8%)을 되사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이 충격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공식처럼 이어져온 방식이 처음으로 틀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SK그룹과 관련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사이에서 드래그앤콜(Drag&Call) 옵션을 활용하는 투자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1번가 최대주주(80.26%)인 SK스퀘어가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행사를 포기하면서다.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11번가가 투자를 유치할 당시의 기업가치로 지분을 되살 경우, 박성하 대표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드래그얼롱이 발동되기 전 피투자회사가 콜옵션을 행하사지 않는 것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그앤콜은 투자자에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 옵션을 부여하는 대신 피투자회사가 FI 보유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기한이나 조건을 설정해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발동된다. 이 때 피투자사 측은 보유 지분을 잃지 않기 위해 투자금을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 방식은 그간 공식처럼 인식돼 FI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안전장치로 활용돼 왔다. 운용사들이 출자자(LP)로부터 자금을 모집할 때도 드래그앤콜 조항을 설명하고 원금손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투자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의무는 없지만, FI의 요구가 있을 경우 지분을 되사주는 것이 투자시장의 암묵적인 룰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종의 규칙이 깨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 손실을 최소화해 줄 새로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해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일부 PEF는 최근 투자를 검토하면서 드래그앤콜 방식을 전면 재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풋옵션(매수청구권)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대한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투자를 보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SK스퀘어의 이번 콜옵션 거부가 그룹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투자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당분간은 자금을 집행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SK그룹은 그간 FI들과 많은 교류를 해온 곳 중 하나다. 최근에는 2차전지, 반도체 등과 관련된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PEF로부터 조달하기도 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선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며 "다만 당장 드래그앤콜 방식을 대체할 방식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1번가는 지난 2018년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H&Q코리아는 3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1000억원을 투입했고,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가 각각 3500억원, 500억원을 지원했다. 투자 조건으로는 5년 내 기업공개(IPO)가 설정됐다. 당시 책정된 11번가 밸류에이션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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