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갑사업자, 'VASP 신고' 엇갈린 이유는
개인 암호화키 통제권 해석 차이…오하이월렛·마이키핀월렛만 신고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7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금융정보분석원)


[딜사이트 황지현 기자] 위메이드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하지 않고 지갑 서비스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계기로 불명확한 VASP 신고 기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자산 지갑 사업 운영 시 이용자에게 주어지는 암호키 여부와 사업자의 통제권에 따라 VASP 신고 유무가 나뉘고 있는 탓이다. 다만 사업자의 통제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가 결정된 사업자는 총 37개사로, 그중 지갑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오하이월렛과 마이키핀월렛 두 곳이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신고하지 않은 업체는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대상에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 등이 포함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지갑서비스업자는 중앙화 지갑서비스, 수탁형 지갑서비스, 월렛 서비스 등으로 규정한다. 예외로 '사업자가 개인 암호키 등을 보관 저장하는 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독립적인 통제권을 가지지 않아 매도·매수·교환 등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쉽게 말해 VASP 미신청 대상은 ▲지갑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개인 암호키 제공하는 경우 ▲지갑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개인 암호키를 제공하지 않지만 개인 암호키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경우다. VASP 신청 대상은 지갑 사업자가 개인 암호키를 제공하지 않고 암호키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가진 경우다.


해당 조항에서 제시된 통제권 유무에 따라 사업자의 신고 여부가 나뉜다. 특히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업체마다 판단이 달라 국내에서 지갑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 중에서도 VASP를 신고한 곳과 하지 않은 곳으로 나뉘는 것이다.


통제권이 없어 VASP 신고를 하지 않은 곳으로 카카오 계열사인 그라운드X의 '클립(Klip)'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자회사인 로똔다가 운영하는 '빗썸 부리또 월렛' 등이 대표적이다. 


클립은 영어 단어로 된 개인 암호키를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이용자는 본인이 직접 설정한 6자리의 숫자를 암호로 설정하고 지갑을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통해 그라운드X 측은 이용자 개인 암호키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클립은 개인 암호키를 보관하는 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만 추후 사업 영역 확대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VASP 신고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빗썸 부리또 월렛은 개인 암호키를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개인 암호키에 대한 통제권이 없어 VASP를 신고하지 않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위메이드의 경우도 통제권에 대한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최근 위메이드의 가상자산거래소 '피닉스 덱스(PNIX DEX)'와 지갑 서비스 '플레이월렛(PLAY WALLET)'의 미신고 영업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FIU도 해당 건으로 위메이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생태계 일부 서비스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여부와 관련한 입장' 공지를 냈다. (출처=위메이드)

위메이드는 공지사항을 통해 해당 사항을 반박하고 있다.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팀이 제공하는 모든 지갑 서비스는 탈중앙화 지갑 서비스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렛팀이 개인 암호키 등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가상자산의 이전, 보관, 교환 등에 관여할 수 없고, 지갑에 보관된 자산에 대한 수탁이나 운용에 대한 관여가 기술적으로 원천차단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대상 서비스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플레이월렛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로그인하고 이용자에게 개인 암호키가 제공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새로운 스마트폰에서 로그인할 때도 어떤 개인 암호키 없이 SNS 로그인으로 거래와 입출금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용자의 개인 암호키는 위메이드가 보관하고 있어 고객 자산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범위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있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거래소 외 사업자 중 특금법상 신고 대상인지 명확하지 않은 곳이 많다. 가상자산 예치 사업을 운영하던 델리오는 VASP 신고 업체지만 똑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하루인베스트 미신고 업체다. 이에 VASP 자격에 대한 실효성과 불명확한 규정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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