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출' 전환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 하락 불가피
연매출 약 3000억 감소 예상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가 절반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인식 회계 기준을 기존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액을 기반으로 기업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는 점을 고려할 때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가 회계 기준 변경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금융감독원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20년부터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카카오가 선제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혜령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매출 인식의 경우 총매출로 재무제표를 제공했으나 연결 관점에서 순액법, 총액법 등 매출 인식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순액법을 적용하면 기존 총액법 대비 연간 매출액이 약 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통상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를 측정할 때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한다. PSR은 매출액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적자기업이나 영업이익이 낮은 스타트업이 주로 쓰는 지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이익률은 2.9%에 그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이력을 기반으로 계상하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순액법 적용 후 약 1조원~2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8114억원을 조달했다. 배정 대상은 ▲카키홀딩스 ▲모빌리티코엔베스트 ▲오에이모빌리티 ▲케이아이피그로쓰 ▲한국투자증권 ▲킬로미터 홀딩스 ▲구글 인터내셔널 ▲LG ▲모빌리티 홀딩스 ▲GS칼텍스 ▲GS에너지 ▲GS리테일 등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장 최근 진행한 유상증자는 2021년 12월 17일 GS리테일로부터 받은 투자다. 당시 주당발행가액은 1만9480원이다. 증자 전 총 발행주식수 2억4966만870주 기준 이 회사의 가치는 4조8635억원이다. 그 해 54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PSR 8.9배를 외부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해당 멀티플을 적용해 2022년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를 계산하면 7조442억원이다. 다만 이는 기존 총액법에 따른 기업 가치다. 순액법 적용 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매출 감소분 3000억원에 비례해 약 2조6700억원 줄어든다. 이 회사의 피어그룹(비교대상그룹)으로 꼽히는 우버, 리프트, 그랩 등 3사의 2022년 평균 PSR 3.7를 적용할 경우 기업 가치는 1조1100억원 감소한다. 이에 따라 새로 계상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4조3742억~5조9342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투자유치 당시에는 현금흐름 할인모형(DCF)을 기준으로 기업가치 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업계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인식 기준 변경안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장 이 회사의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소하면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을 이룰 것이란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은 총매출에서 순매출 인식으로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재무적인 이슈 뿐 아니라 규제·정책 문제가 해소되면 자율주행차량, 전기차 등 신사업을 활용한 성장이 점쳐진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 그룹의 해외 진출과 성장도 모빌리티 부문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지난해 말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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