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연초부터 미매각·발행 취소 속출
발행금리도 상승세…수급 불균형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7일 11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들의 보수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회사채 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수요층이 취약한 A급부터 미매각이 발생하거나 발행계획을 취소하는 발행사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 현대위아, HDC현대EP, 롯데지주 등은 이달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앞서 수요예측에 나선 발행사가 미매각을 겪거나 발행금리가 높은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CJ프레시웨이(A0)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520억원의 주문만 받았다. 올해 들어 처음 진행한 A급 회사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은 발행 시 남은 물량을 전액 인수할 예정이다.


뒤이어 21일 수요예측에 나선 LS전선도 총 12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해 만기구조를 3년물, 5년물로 나눠 각각 600억씩을 모집했지만 5년물에서 수요 미달이 발생했다. 3년물에는 1300억원이 몰렸지만 5년물에는 300억원만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LS전선은 3년물 발행액을 늘리고 5년물 발행액을 줄이는 방법으로 발행구조를 정정했다.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지주(AA0)는 최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수요예측을 철회했다. 오는 3월과 4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을 상환해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려고 했지만, 추후로 공모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위아(AA-)도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다.


한솔제지(A0)도 금리 인상 이후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사전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평가를 의뢰해 가장 높은 'G1'을 획득하면서 수요예측을 준비했지만 금리환경 등을 고려해 계획을 접은 것이다.


HDC현대EP(A-)도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3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A급 중에서도 가장 낮은 신용도와 최근 관계사(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현장 사고로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실제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최근 기업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AA-)은 이달 24일 38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이 중 3년물은 ESG채권으로 표면이율은 연 2.765%로 정해졌다. 이는 지난해 6월 발행한 3년물 ESG채권 금리가 연 1.704%였던 것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오른 수치다.


신한금융지주가 이달 발행한 영구채 표면이율도 지난해보다 올랐다. 5년, 10년 조기중도상환 콜옵션이 포함된 채권의 금리는 각각 연 3.90%, 연 4.00%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발행물의 금리가 각각 2.94%, 3.30%인데 비해 크게 오른 수준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1월 금통위 이후 금리 상승 압박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회사채 투자 수요 감소와 발행 증가 등 회사채 수급 불균형이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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