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대한조선 IPO
대형조선사 중심 피어그룹 선정…PBR 적용 '생색내기' 우려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7일 08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첫 대형딜로 주목받고 있는 대한조선이 기업가치 평가 방식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선택했다. 기업가치는 2022년 산업은행 품에서 벗어나고 10배 오른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자금도 희망공모가 밴드(4만2000~5만원) 상단 기준 5000억원에 달해 눈길을 끈다.


주관사 측에선 기업가치 평가모델로 주가수익비율(PER) 적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PBR 방식을 선택하며 시장친화적으로 접근했다 강조한다. 그들이 책정할 수 있는 기업가치가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평가 방식이 합리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PBR은 조선업 같은 대형 장치산업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지표다. 조선업은 건설업과 유사한 수주산업으로 프로젝트당 장기간에 걸쳐 매출을 인식한다. 애초에 단기 이익 변동성이 큰 산업에 적용하는 PER 대신 PBR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주관사단이 시장친화적 접근을 강조하며 생색을 내는 배경에는 시가총액만 최대 약 19배 수준인 국내 대형 조선사로 구성된 유사기업(피어그룹)이 있다. 대한조선의 피어그룹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등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국내 조선사 4곳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조선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PER은 41.9배다. 이를 대한조선의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합산한 당기순이익(2114억원)에 곱하면 적정 시가총액은 8조8582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4개사의 평균 PBR은 4.58배로 줄어든다. 이를 대한조선의 올해 1분기 지배주주 귀속 자기자본(5140억원)에 곱하면 2조6901억원이다. 여기에 주관사가 설정한 할인율(39.85~28.39%)를 적용하면 최대 1조9000억원에 이르는 예상 시가총액이 산출된다. 매출액 20배, 자기자본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지는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하고 시장친화적 접근을 강조하는 건 일종의 '눈 가리고 아웅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대한조선이 명쾌하게 비교 가능한 피어그룹을 추려내자니 국내 증시에 상장한 대형 조선사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박을 내놓는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에이유브랜즈는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 당시,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던 휠라홀딩스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다른 기업을 선정해야 했다. 대한조선 역시 피어그룹을 세밀하게 추려낼 여지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피어그룹 지정에 대한 설명은 다소 아쉽게 받아들여진다.


대한조선과 주관사의 아쉬운 설명과 별개로 IPO는 흥행이 점쳐진다. 상반기 LG CNS 이후 조단위 공모주가 자취를 감췄다.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의 상장 철회와 함께 중복상장 논란까지 더해져 대기업 계열사의 등판도 불투명해졌다. 갈 곳 잃은 시장의 대기 자금은 대한조선의 수요예측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다. 대한조선이 어떤 가격으로 나와도 시장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IPO는 한 기업이 '직접 자금조달' 시장에 등장하는 출발점이다. 기업은 좋을 때도, 어려울 때도 시장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조달에 나선다. 이 여정의 처음인 공모가 밸류에이션은 기업이 시장에 남기는 첫인상이 된다. 시장의 시선을 받는 만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외형 성장을 이뤘다. 법정관리의 상처를 딛고 10년 만에 재도약한 대한조선이 시장과 원활히 소통하며 내실있는 조선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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