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업계 1위'는 시장 탓을 하지 않는다
연매출 4조 육박하는 넥슨도 게임 업데이트 부족 반성···시장 탓하는 게임사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14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지난해 잠정 실적발표를 마쳤다. 결과는 좋지 않다. 3N 가운데 넥슨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른 중소 게임사들도 두루두루 암울하다.


속사정이야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뽑는 이유가 있다. 불안한 대외 경기다. 경기 침체 여파로 게임 콘텐츠에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이야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작 출시도 늦어졌다. 경쟁 양상도 치열해졌다. 이용자의 여가 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과도 다투게 됐다. 게임 업계 취재원들이 실적 이야기를 할 때 쓴웃음을 짓는 이유다.


걱정은 이러한 모습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재작년에도 소비 침체, 개발 지연을 이야기했다. 게임사들이 현실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손을 놓고 있었느냐'는 비판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시장' 탓만 할 순 없는 상황이다. 넥슨은 지난해에도 4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게임사들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게임 개발력은 한국이 중국을 한 수, 두 수 앞서고 있다'는 말은 옛 말이 됐다. 업계에선 중국 기업이 이미 기술, 기획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소비자 이용 행태에서 엿볼 수 있다. 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1월 국내 모바일게임 현황 리포트를 보자. 지난달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산 게임은 넵튠의 '무한의 계단'(4위)뿐이다. 매출 면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1위다. 중국 조이넷게임즈의 '버섯커 키우기'(2위)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버섯커 키우기'는 한 달새 31계단이나 올라섰다.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온 개별 게임사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오늘날 출시하는 게임이 2~3년이 지난 구작보다, 낮춰봤던 해외 게임보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상황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로 우에무라 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좌절(setback)을 맛봤다고 한다. 그는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가 마케팅 사업에서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휘말렸다"며 "FC온라인은 4분기 실시한 업데이트가 예상만큼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4분기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넥슨이 업계 1위로 우뚝 섰음에도 개선할 부분을 내부에서 찾고 있단 이야기다.


게임도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이다. 잘 팔리는 상품은 기업 역량에 달렸다. 전진과 후퇴 갈림길에 시장 탓만 할 순 없다. 업계 정상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회사 안에서 성장을 위한 발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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