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은행권 과징금 최대 '8.5조'...CEO 재제 피할 듯
자율배상 후 감경 수준 '주목'…책무구조도 부재 영향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은행 CI. (제공=각 사)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해 판매 은행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하고 제재 절차에 나선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나선 만큼 금감원의 과징금 경감 수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비교해 최고경영자(CEO) 제재 여부에 은행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가 도입되지 않은 만큼 CEO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홍콩H지수 ELS를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검사의견서에는 현장검사에서 적발한 불완전판매 정황이 담겨 있다. 이후 금감원은 판매사로부터 소명 의견서를 받고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제재를 확정할 방침이다.


◆ 금소법 이후 불완전판매 첫 사례

이번 ELS 사태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첫 과징금 부과 사례다. 제재 수위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시 금융사는 전체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낼 수 있다. 금소법이 도입된 이후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는 17조1000억원이다. 최대치로 부과할 경우 과징금은 8조5500억원이다.


은행권은 최근 모두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을 결정하고 배상 절차에 돌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신한은행은 지난 4일 각각 자율배상을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선제적 자율배상 시 제재를 감경해 주겠다고 언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잘못을 상당 부분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해 이해관계자에게 원상회복 조치를 보인다면 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도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보상에 나서면 과징금을 경감해준다"며 "경감액은 처벌 수위나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우리·하나은행에 대해 6개월 업무 일부(사모펀드 판매)정지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물론 DLF와 ELS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대규모 손실 사태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사안 자체는 다르다. DLF는 설계부터 잘못된 상품이고 ELS는 20년간 판매돼온 데다 설계에는 문제가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DLF 사태는 제조 단계부터 잘못된 상품을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한 사례고 이번 ELS 사태는 완전한 상품을 공모펀드 형태로 불완전하게 판매한 사안이라 다르다"며 "아직 구제적인 사례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이라 명확하게 과중을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CEO 제재 어려울 듯


다만 책무구조도가 도입되지 않은 탓에 최고경영자(CEO) 제재는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금융 사고가 터지면 판매 직원과 상위 감독자가 제재를 받고 은행장이나 임원진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당국은 앞서 DLF 사태 때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판매 은행 CEO에 문책 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징계취소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지배구조법 상 내부 통제 기준은 자율 규제 사항이기 때문에 중징계를 내릴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1심에선 패소하고 2심에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는 CEO 문책 경고를 내리는 데 보다 신중할 거란 전망이다.


게다가 ELS 사태는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난 만큼 더더욱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효섭 연구위원은 "DLF 사태때와는 달리 ELS 사태에서는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현행법 상 위반 근거가 부족해 CEO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책무구조도 마련 이후 거버넌스가 체계화되면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해지면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당국은 판매사 CEO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7월부터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한다. 책무구조도가 도입하면 CEO는 금융 사고 발생 시 내부 통제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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