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시중은행·KT 경영진 교체 노린 정치권의 인사개입이 문제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정부의 표면적 관심은 민생이다. 특히나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각종 식자재와 공산품은 물론, 이제는 통신비와 은행 이자율까지 관리 대상에 집어넣고 있다. 워낙 지지기반이 부족한 정권이니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에 과도하다싶을 정도로 관심을 갖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 어느 순간 물가 관리를 넘어 해당 업체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최고경영진에게 모든 문제를 덮어씌우려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업체가 다수 포진해있고 이들이 시장 경쟁을 막으면서 가격을 왜곡시킨다는 시각이다.


희한한 점은 이렇게 문제를 삼는 업체들이 모두 뚜렷한 오너일가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이다. 국내 시중은행(KB, 하나, 우리, 농협)과 통신사 중에서도 KT, 그리고 포스코에 이 같은 비판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배구조는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핵심이다. 최근 ESG 경영이 대세로 잡으면서 지배구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과거 오너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면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수십조 원의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사회도 거치치 않은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위에 언급한 사례와 달리 주요 의사결정을 이사회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원도 오너와 사내 경영진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적절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외이사 비중을 되도록 절반 이상 유지하도록 권한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등도 사외이사 비중이 높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심지어 이사회 의장과 대표직도 분리하면 가점이 주어진다. 여기에 계열사 간 순환출자, 상호출자 구조가 없어야 하며 오너일가를 위한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선뜻 살펴봐도 여러 가지 조항이 있지만 정작 시중은행과 KT, 포스코는 이 같은 조건을 위반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오히려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여타 기업집단에 비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배구조 상에도 상호출자나 순환출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논란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쯤 되면 정부가 도대체 무슨 논리로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사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인 없는 기업들의 주요 경영진을 놓고 어떤 식의 논공행상이 오갔는지를 수없이 지켜봤다. 항상 자신들은 결백하다고 얘기하지만 경영진 교체를 놓고 이전 정권의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 논란이 제기되고 이들이 쫓기듯이 회사를 나간 것이 수차례다. 


이번 역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저 지금의 지배구조 비판도 허울 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문제는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가 아니라 정치권의 인사 개입이다. 


KT 전시관은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등장하는 고래를 형성화했다. (사진=최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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