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기 위한 12번째 관문인 EC(유럽연합위원회) 승인이 임박하면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의 행보가 바빠지게 됐다.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 독점 우려를 해소할 항공사로 지목된 만큼 5대 뿐인 기체를 추가로 확보해 장거리 운행 능력을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 독점 해소 파트너, 티웨이항공 RFI 전달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웨이항공은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인 EC(유럽연합위원회)가 요구한 RFI(정보요청서) 답변을 마무리지었다.
티웨이항공이 EC로부터 RFI 제출을 요구 받은 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 노선 독점 우려를 해소할 파트너로 지목돼서다. 앞서 11개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은 대한항공은 현재 12번째 관문인 EC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게 되면 중복되는 4개 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에서 경쟁 제한이 발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후 이들 노선에 대한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를 국내 LCC에 이관하는 방안이 제시되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을 지목했다. 국내 LCC 가운데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기체를 보유한 곳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EC는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을 대체할 여력이 되는 항공사인 지를 검토하고자 RFI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EC가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2월14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합병에 대한 심사를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EC의 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에어프레미아, 보유기체 5대…취항지 이관 대비 과제
EC로부터 합병 승인이 내려지면 대한항공은 13번째인 미국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EC와 마찬가지로 미국 연방의 경쟁당국인 DOJ(법무부)의 승인을 얻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에어프레미아도 DOJ로부터 RFI 제출을 요구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한항공이 미주 노선의 독점 우려를 해소할 파트너로 에어프레미아를 꼽아서다. EC와 마찬가지로 DOJ는 대한항공이 취항한 미주 노선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 겹치는 5곳(뉴욕‧LA‧샌프란시스코‧시애틀‧하와이)의 경쟁 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DOJ로부터 미주 노선을 대체할 항공사로 합격점을 받게 되면 에어프레미아는 단숨에 2개 이상의 서부지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에어프레미아가 취항하고 있는 미주 노선 3곳(뉴욕‧LA‧하와이)을 제외하고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취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 비해 미주 노선 확보는 한결 수월한 편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항공 자유화지역이라 별도의 운수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기체와 슬롯만 확보하면 된다.
슬롯은 대한항공에게 이전받으면 되는 만큼 에어프레미아는 기체 확보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유한 기체가 5대(뉴욕‧LA‧하와이‧바로셀로나‧나리타행) 뿐이라 노선을 확장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EC 결과가 임박한 시점에서 에어프레미아가 글로벌 리스사를 대상으로 기체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2019년 4월 에어리스코퍼레이션(ALC)으로부터 보잉 787-9 기종 3대를, 2022년 8월에는 에어고캐피털과 동일기체 2대에 대한 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EC로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이 내려지면 곧이어 미국 경쟁당국인 DOJ가 관련 심사에 돌입할 것"이라며 "시각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에어프레미아는 기체 확보 등 장거리 운행 능력을 서둘러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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