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정도원 회장, 삼표시멘트 사내이사 내려놓나
중대재해법 위반혐의 재판 중…장남 정대현 부회장 경영승계 전망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5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뉴스1 제공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삼표시멘트 사내이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오는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 회장이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단 이유에서다.


재계에선 정 회장 장남이자 유력 후계자인 정대현 부회장이 최근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이 경영 후방으로 물러나며 아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삼표그룹 내 코스닥 상장사인 삼표시멘트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정 회장은 삼표그룹의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 인수가 완료된 직후인 2016년 3월 이 회사 사내이사에 처음 올랐으며, 약 8년 가까이 등기임원직을 유지해 왔다.


◆ '중대재해처법법 발생 1호' 정 회장, 리스크 장기화 불가피


재계에선 정 회장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미등기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주된 사유로는 정 회장의 사법리스크 장기화가 꼽히고 있다. 삼표그룹 지주사격인 삼표산업은 2022년 1월 중대재해법이 본격 시행된 지 이틀 만에 경기 양주시 소재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근로자 3명이 매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중대재해법 1호 발생 기업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정 회장을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하며 기소했단 점이다. 검찰은 정 회장이 삼표산업 대표는 아니지만, 그가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해 왔다고 봤다. 정 회장의 재판은 지난 10월24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고, 이달 22일에 2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다. 본격적인 법정 공방은 내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재계에선 정 회장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정 회장 측이 1차 공판준비기일 때만 해도 출구 전략으로 삼았던 중대재해법 위헌 논란이 물거품이 돼서다. 정 회장보다 앞서 기소된 두성산업(중재법 1호 기소)은 해당 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기각했다. 이에 정 회장 측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새로운 논리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진다. 두성산업 대표의 경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렇다 보니 정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삼표그룹이 유일한 상장사인 삼표시멘트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특별 관리 중이라는 점도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ESG기원으로부터 국내 시멘트사 중 유일하게 지배구조 부문 A등급을 받았다. 건전한 이사회 문화를 구축했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승계 관행을 개선했단 이유에서다. 


또 이사회 내 전원 사이외사로 구성된 ESG위원회 설치도 한몫 했다. 하지만 사법적 논란이 불거진 정 회장이 사내이사 직을 고수할 경우 기업 이미지 하락은 물론 ESG경영과도 역행할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제공=삼표그룹)

◆ 3세 승계 분수령…실적 호조에 명분은 충분


삼표그룹 오너 3세인 정대현 부회장이 최근 승진한 배경에도 부친인 정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977년생의 정 부회장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는 2005년 삼표그룹에 입사했고 삼표기초소재, 삼표이앤씨 등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2015년 삼표시멘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으며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정 부회장은 2019년 사장에 승진했고, 약 4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수행하는 만큼 그룹 회장인 부친의 공백을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정 부회장이 20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은 데다 삼표시멘트가 호실적을 기록 중이란 점에서 명분은 충분하다. 아울러 정 회장이 올해 76세로 고령인 만큼 승계 시점도 도래했다. 정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남을 경우 자연스럽게 아들이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다만 정 부회장이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자리에는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장 중심의 제조업 특성상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고, 이에 사법 리스크에 휘말릴 여지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삼표시멘트가 올 7월 신임 각자 대표이사 2명을 선임했단 점은 이 같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와 관련해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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