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시아 No.1 블록체인, 공허한 메아리?
장밋빛 청사진보다 필요한 건 확실한 '한 방'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각사 CI)


[딜사이트 황지현 기자] 클레이(KLAY)와 핀시아(FNSA)는 국산(김치) 블록체인 프로젝트 양대장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야심차게 출범했다. 지난 1월 16일 이 두 프로젝트가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이 합병 과정이 아리송하다.


합병 발표 후 핀시아 홀더(주주)들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핀시아의 앞길에 클레이가 방해된다고 생각했다. 핀시아는 라인블록체인에서 이름이 바뀐 뒤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좋게 말하면 흰 도화지 상태다. 클레이는 여러 국내 여러 대기업과 협력해 대체불가토큰(NFT)도 내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도 추진했다. 하지만 대부분 프로젝트는 사라졌다. '김남국 사태' 국면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토큰을 멋대로 찍어 내다 팔았다는 유통량 이슈도 현재 진행형이다. 도화지가 너덜너덜하다. 여기에 핀시아 값어치를 반영하지 못한 새 토큰 교환 비율도 문제였다.


의견 수렴 과정도 주먹구구식이다. 지난 2일 끝났어야 할 통합 안건 투표는 핀시아 홀더 측 반대로 돌연 중단됐고, 각 재단은 '설득의 시간'을 거친다고 했다. 합병을 추진할 수 있도록 홀더들을 설득하겠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반발도 불러왔다. 이런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홀더)는 답만 하면 돼' 식 의견 수렴이라면 탈중앙화의 의미도 퇴색된다. 


과정상 소음이야 있지만 클레이와 핀시아의 백커(뒷배)는 든든하다. 재단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카카오, 네이버가 뒤에 있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 메신저 사용자는 연간 2억500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 중 10%만 통합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끌어들여도 수도권 인구와 맞먹는다. 양사가 구축해 둔 인프라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이를 활용한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국산 프로젝트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2월 3일 기준 클레이는 6억8000만달러(약 9103억원), 핀시아는 2억1000만달러(약 2811억원) 수준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각각 92위, 198위에 해당한다. 합쳐지면 전 세계 1위 축구 팬토큰 칠리즈(CHZ, 시가총액 9억 달러·69위) 만큼의 덩치가 된다. 이들이 얘기하는 '아시아 No.1 블록체인 구축'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홀더 설득이나 장밋빛 청사진만이 아닌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 기존 토큰 교환 비율은 이해관계의 첨병인 만큼 중요한 사안이겠지만 합병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IT 대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전 세계 시장을 사로잡을 만한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다. 한국 투자자들이 이 둘에 거는 기대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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