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대형 게임사 넥슨과 크래프톤이 같은 듯 다른 노선의 IP(지적재산권)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둘 다 IP 확장을 실현하고 있지만 넥슨은 자체 IP 횡적확장에, 크래프톤은 수직적인 콘텐츠와 기술력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지난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820억원(1139억엔)으로 전년비 5%, 영업이익은 43% 늘어난 3952억원(416억엔)을 기록했다. 호실적은 넥슨의 대표 IP인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국내에선 중천 업데이트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린 덕분이다.
넥슨이 지난 3월 출시한 액션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이른바 던파 세계관을 PC·콘솔용 게임으로 이어낸 것이다.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4월에 출시한 마비노기 모바일은 원작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MMORPG다. 모바일 양대 마켓에서 흥행을 잇는다. 스토리 확장과 장르 전환으로 기존 팬덤과 신규 이용자를 아우르는 IP 확장 전략이라는 평가다.

반면 크래프톤은 인수와 퍼블리싱, 기술 접목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한다. 대표 IP인 배틀그라운드 외 대체 IP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수직적인 엄청난 수익성을 무기로 수직 결합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를 출시해 신규 IP 창출에 나섰다. 인조이는 출시 첫 주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넘겼다. 동시접속자도 8만7000명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에 8742억원의 매출과 45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3%, 47.3% 증가했다. 인조이(inZOI) 초반 흥행이 주효한 덕분이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AI를 접목한 NPC(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반복적인 대사와 낮은 몰입도, 콘텐츠 부족이 이용자 이탈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6월에 공개한 모드킷도 반등을 이끌지 못해 AI 기반 IP 전략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7일 기준 인조이 동시접속자 수는 2000명대까지 하락했다. 증권가는 트래픽 감소와 콘텐츠 업데이트 지연의 이유로 크래프톤의 2분기 실적을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6823억원, 영업이익은 2610억원이다. 역성장 우려다.
크래프톤은 일본 애니메이션·광고 기업 ADK를 약 7100억원에 인수해 서사 중심 콘텐츠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게임 신작 출시보단 IP의 미디어화와 광고사업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본업 외 사업 확장에는 우려가 뒤따른다. 넥슨은 2022년 5억 달러를 투자해 할리우드 제작사 AGBO 스튜디오 49.2%를 샀지만 이듬해 투자분 약 400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컴투스 역시 2021년 인수한 위지윅스튜디오에서 지난해에만 1529억원 규모의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크래프톤은 신규 IP 확장에 계속 힘쓸 계획이다. 북미 자회사 언노운월즈가 개발한 '서브노티카2'가 하반기 조기 출시된다. 다만 대중성과 매출 기여 측면에선 배틀그라운드를 대체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신작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이라 외부 콘텐츠 인수에 힘을 쏟는 전략은 본업을 의심 받게 만들 것"이라며 "인조이 AI 기반 NPC나 모드킷 등 기술적 시도는 인상적이지만 콘텐츠의 깊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경쟁작 대비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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