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3세' 정대현, 에스피네이처 분할…승계재원 마련
레미콘 부문 합병 4년만에 다시 분리, 에스피레미콘(가칭) 신설…매각추진 주목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15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에스피네이처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그룹 오너 3세인 정대현 부회장의 개인 회사이자 지주사격인 에스피네이처가 레미콘 부문을 떼 내기로 결정한 배경이 승계재원 확보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스피네이처는 내달 1일 레미콘사업부문을 단순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한다. 분할 후 존속회사는 에스피네이처이며, 신설회사는 에스피레미콘(가칭)이 된다. 


삼표그룹은 에스피네이처의 이번 분할 목적에 대해 "전문화된 사업영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달 1일 에스피레미콘 신설…승계 눈앞, 실탄 마련과 연관


콘크리트·시멘트 재료인 골재와 슬래그 및 철스크랩 수집·가공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에스피네이처는 2013년 출범했다. 레미콘 사업은 광주와 연천에 공장을 보유한 남동레미콘을 2018년 흡수합병하면서부터 영위 중이다.


에스피네이처가 과거 품었던 레미콘 부문을 다시 분리하는 배경으로는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꼽히고 있다. 정 부회장의 총수 등극 시점이 가시화된 만큼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표그룹은 정도원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가 장기화 수순으로 돌입하면서 아들인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에스피네이처가 지난 10년 간 철저하게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발판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지분율 71.95%의 정 부회장이다. 에스피네이처는 설립 직후부터 건설기초소재, 물류, 환경사업 등 업종과 상관없이 그룹 계열사를 연달아 품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웠다. 그 결과 에스피네이처는 실질 지주사인 삼표산업과 함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나아가 에스피네이처는 정 부회장의 현금 창구 역할을 도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에스피네이처에서 330억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올렸으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 적지 않은 급여를 받아왔다. 지배구조상 에스피네이처로 에스피레미콘 매각 대금이 유입될 경우 정 부회장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는 의미다.


◆ 레미콘업 영위 계열사 2곳 더 존재…친환경 이미지 강화 명분도


삼표그룹 내 레미콘 사업을 담당하는 복수의 계열사가 이미 존재하는 데다 에스피네이처가 환경자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만큼 해당 사업을 정리할 명분도 있다. 


예컨대 삼표그룹은 에스피네이처를 포함해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 100% 자회사인 삼표레미콘이 각각 레미콘 사업장을 두고 있다. 해당 두 회사가 보유한 레미콘 공장만 10여 곳이 넘을 뿐 아니라 에스피레미콘 공장 인근에 위치해 있어 물량 대체가 가능하다.


에스피네이처가 '슬래그' 재활용 등으로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출처=에스피네이처 홈페이지)

에스피네이처가 정 부회장 주도 아래 친환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삼표그룹 주력인 시멘트업이 환경파괴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에스피네이처는 건설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소각장 및 폐수 슬러지 건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채석장 폐기물 매립시설 건립시설로 바꾸는 사업도 한다. 레미콘 역시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으로 분류되는 만큼 친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업계에서는 에스피레미콘을 단기간 내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자 사업은 아니지만 국내 레미콘 업황이 포화 상태인 데다 시멘트 단가 인상, 수요 부족 등 부정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어 비싼 값을 부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 사업이 돈을 벌긴 하지만, 대외적인 영업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인수합병(M&A)을 진행하기 좋은 시기는 아니다"며 "삼표그룹이 레미콘 사업을 여러 계열사로 나눠 놓은 만큼 매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표그룹은 매각 계획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레미콘 사업 분할은 기업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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