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금리 인하와 새 정부 출범 등을 계기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금융위원회가 7월 중 부동산 PF 위기가 위험구간을 통과했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새어 나올 정도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과 맞물려 건설 경기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과 별개로 금융위는 더 강력한 PF 규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증권사 발행어음을 활용한 PF 투자 규제가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최근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지정된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발행어음 또는 종합투자계좌(IMA)의 부동산 관련 투자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정책을 예고했다. 이는 향후 15%, 10% 등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부동산 채무보증 역시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한다. 증권업계의 부동산 투자 규모를 사실상 현행 수준 이하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벤처·스타트업의 투자 비중은 조달 자금의 25% 이상을 확대하도록 했다. 증권업계가 새로운 모험자본의 공급자가 되도록 유도해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신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에 기여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가 증권업계에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요구한 것은 국가의 미래 기술 경쟁력 제고로 직결되는 유의미한 행보다. 자본력이 우수한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미래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면 모태펀드에 버금갈 수준의 마중물 역할도 가능하다.
문제는 모험자본 투자는 회수기간이 길어 증권사에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펀드 결성 시 이를 청산해 수익을 배분하기까지 평균 7~8년이 걸린다. 경기 불황 등으로 기업공개(IPO) 성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금 회수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부동산 PF 역시 미분양 등 위험이 따르지만 시공사의 책임준공약정 등 안전장치가 존재한다. 그러면서 영업 단위는 평균 수천억원에 달해 수수료 수익과 이자매출이 쏠쏠한 알짜사업이다. 금융위가 부동산 투자 비중을 제한하면서 모험자본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증권사에게 꿀단지를 빼앗고 채찍질만 내리는 꼴이다.
어느 순간부터 정책당국과 시장에서 PF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맡는다. 해외에선 개발을 추진하던 사업장이 준공 전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허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PF가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고 사업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증권사 수익성을 차치해도 시장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맡는다.
자본시장에서 '타당성'만 따지는 규제는 시장 기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벤처·스타트업 육성도 좋지만,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PF가 갖는 역할과 비중을 고려한다면 발행어음 활용을 틀어막기만 해서는 안된다. 규제 관성에서 벗어난 금융위가 자본시장과 부동산 개발시장의 활기를 되찾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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