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국내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솔루션 업체 더존비즈온의 김용우 회장이 직접 2대주주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원매자들은 경영권 확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접근하고 있지만 김 회장이 본인 소유 지분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테이블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신한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더존비즈온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은 신한밸류업제일차(SPC)를 설립해 베인캐피탈이 갖고 있던 2대주주 지분(9.9%)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SPC 대주단의 금리를 낮추기 위해 리파이낸싱을 고려하던 중 매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더존비즈온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 기업 운영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독일 SAP에 이어 국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토종 소프트웨어 강자다. 연 매출 4000억원, 영업이익률 20%대를 기록하며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알짜 중견기업이다.
KKR과 EQT파트너스 등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원매자들은 2대주주 지분을 우선 확보한 뒤 김 회장 측 지분(약 24%)도 단계적으로 넘겨받는 방안을 두고 협상 중이다. 주주간 계약 등을 통해 일정 시점 이후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한 지를 따져보는 식이다. 특히 외국계 PEF는 내부 심의 기준상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하는 만큼 10%도 채 되지 않는 지분 만을 단독으로 인수하기에는 투자 실익이 분명치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회장이 본인 소유 지분에 대한 매각 의지가 뚜렷하지 않아 현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분 외에 추가적인 협상 범위가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더존비즈온의 본업 수익성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 굳이 지금 시점에서 경영권을 넘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남달라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넘길 이유가 없다는 건 업계에선 공공연한 이야기"라며 "최근 불거진 경영권 매각설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안다며 별도로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회장이 과도하게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적 성장 흐름이 본격화되면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만큼 지금 당장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최근 김 회장은 일부 원매자들에게 본인 보유 지분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시가 대비 약 2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더존비즈온의 시가총액은 2조4154억원으로 김 회장 지분 가치는 약 5200억원이다. 김 회장 지분을 인수하려면 조단위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무엇보다 김 회장이 이번 거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매각 절차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회장은 별도의 주관사 선정 없이 본인이 직접 지분 매각을 두고 PEF들 접촉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인수 후보들과의 논의 역시 구체적인 구조나 일정이 정해진 협상이라기보다는 시장 반응과 기업가치에 대한 시가평가를 원하는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실질적인 매각보다는 향후 기업가치에 대한 외부 평가를 들어보는 차원으로 인수 의사 타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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