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가상자산 약세장으로 인해 두나무의 공격적 영업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빗썸의 점유율 추격에 마케팅, 상장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했지만 알트코인 하락 폭이 커지며 업비트의 공격적인 행보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빅딜을 앞둔 시점에서 이용자 수는 물론 거래액, 점유율 등이 가치 산정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나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두나무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3개 가상자산을 신규 거래지원(상장)했다. 공격적인 상장 정책을 취했던 빗썸과 동일한 수의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했다.
두나무는 지난 9월 이후 상장 정책을 크게 바꿨다. 9월 한 달간 25개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하며 빗썸을 따돌렸다. 지난 8월 6개에 비해 4배 수준이다. 기존 거래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빗썸은 지난 9월 가상자산 22개를 상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10월에는 빗썸과 동일한 수의 가상자산 13개를 신규 지원하며 빗썸과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나무는 그간 '독점적 사업자'라는 시선에 부담을 느껴 보수적인 운영 전략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빗썸이 지난 9월 두나무의 업비트에 상장되지 않았던 월드코인(WLD)을 상장해 점유율 격차를 일시적으로 5%까지 따라잡았다. 이에 본격 경쟁에 칼을 빼낸 모습이다.
렌딩서비스도 강화했다. 두나무는 지난 8일부터 렌딩비율을 기존 80%에서 85%로 올리며 빗썸의 렌딩비율과 동일하게 맞췄다. 현재 누적 금액, 횟수별 맞춤형 한도를 신설해 최대 대여 한도를 차등 적용하며 렌딩서비스를 장려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상장 전략 기조 변화를 두고 기업 몸값을 올리려는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빅딜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기업 가치 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거래량·이용자·점유율 등 지표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현재 시장에서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간 포괄적 주식교환 비율은 3:1이다. 두나무의 기업 가치 약 14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 5조원을 고려한 비율이다. 통상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기업의 가치는 거래량, 점유율 등으로 추산한다. 두나무가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빗썸이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어 이용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상자산 약세장이 이어지며 두나무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매년 4분기는 가상자산 강세장 '업토버(Uptober)'의 계절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BTC)을 중심으로 알트코인마저 일제히 하락세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이에 주식 시장 등으로 이탈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는 출시 초기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 제휴하며 글로벌 2위 거래소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해외 투자자와 달리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등락폭이 큰 알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알트코인 약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변화량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거래소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거래소 상장 정책에 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렌딩서비스 비율을 올린 것은 점유율 확보라기보다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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