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환투기, 유동성 방어 등 안전성 메커니즘을 갖춰 외환시장을 확장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18일 법무법인 광장과 DAXA(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 주최로 열린 '디지털자산 시장 현황과 주요 법적 과제' 학술대회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국내 디지털 통화 주권 문제가 제기됐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과 외환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기능 약화를 우려하며 블록체인 업계와 입장 차이를 보이는 만큼 안전성 메커니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지급준비금(지준) 조절과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비은행권 스테이블코인이 M2(광의의 통화)에 반영되지 않는 비공식 유동성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통화 정책의 핵심 전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화폐 유사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서 준비자산 외부에서 생기는 파생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 실물 경제와 무관한 레버리지 팽창이 유발되고 이는 금융시스템 내 '신용 그림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외환 정책 대응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젊은 세대와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 달러 확보 시 원화 보유를 통한 환전이 아닌 달러 코인을 이용한 '디지털 달러 예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환당국 통제가 미치지 않는 유동성 흐름이 확산되면 환율 정책 예측 가능성과 시장 정책 신뢰가 구조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리밸런싱'을 통해 통화정책과 외환 정책의 통합 설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정책 간 상호작용을 고려하고 국내 통화 공급과 국제 유동성 흐름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중 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국경을 넘는 유동성 대응 역량을 갖춘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리스크가 명확하지만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국이 역외 외환시장 부재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된 사실과 국제 경제에서 '교환성 통화'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다.
그는 "원화 코인 시장을 키워 역외 외환시장을 확보하고 '교환성 통화'를 목표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MSCI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나서며 지난 5년간 평균 외국환 거래량(전 반기 대비)이 44.6% 증가했다. '통제된 역외화' 실험을 통해 비거주자 유동성을 확보하고 역외 원화 공급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일부 기관으로 제한하고 국내 준비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완전 개방이 아닌 부분적 국제화 경로를 제도적으로 검증하고 제한적 모델을 통해 원화 국제화를 위한 정책 실험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미인가 거래소에서 직거래 환전은 제한하고 2차 유통 발생 시 자동 소각 유도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지정 금융기관을 통한 환매 대응 창구를 설정하고 정책 승인 기반 외환시장 개입과 원화 코인 유동성 회수 트리거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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