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강울 기자] 푸본현대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이 나란히 자본확충 압박을 받고 있지만 대응 방식은 대주주의 성격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최대주주인 푸본금융그룹과 함께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자금 투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3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순손실도 72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오는 9월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만기도 앞둬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인 푸본금융그룹은 그동안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푸본현대생명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네 차례에 걸처 총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 자금은 모두 푸본금융그룹이 단독으로 출자했다. 푸본금융그룹의 푸본현대생명 지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82.95%로, 자본확충과 같은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자금을 직접 투입할 수 있는 구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본금융그룹 내부 절차에 따라 푸본현대생명의 유상증자 시점과 방식이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푸본금융그룹이 꾸준히 자금을 투입해 온 만큼 이번에도 대주주 주도로 자본확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손보는 자본확충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손보는 2019년 JKL파트너스 인수 이후 체질 개선을 시도했지만 자본건전성 지표는 꾸준히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비율은 119.93%로 지난해 말보다 3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지난 5월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콜옵션 만기에도 롯데손보는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킥스비율이 콜옵션 행사 후 150%에 미달할 것으로 금감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자본확충이 지연되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의 자본확충이 지연되는 이유는 사실상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롯데손보에 유상증자를 포함한 확실한 자본확충 방안을 우선 검토하라고 지속 압박하는 만큼 유상증자 없이는 자본성증권 발행 등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보험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롯데손보로서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기가 쉽지 않다. 사모펀드는 일정 기간 내 투자금 회수와 단기 수익 실현을 중시해 장기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한 보험업과는 투자 목적과 운영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대주주 입장에서는 추가 자본 투입이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따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직접 자금 투입보다는 후순위채 발행 혹은 외부 투자 유치·매각 등 다른 방안을 우선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금융당국은 유상증자 없이는 자본확충 계획안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수시검사를 통해 롯데손보의 건전성을 점검해 올해 5월 자본적정성을 '취약'하다고 평가하고, 적기시정조치 여부 검토에 앞서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롯데손보는 최근 금융당국에 자본확충 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유상증자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이번에 제촐된 롯데손보의 자본확충 계획안을 토대로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조만간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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