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코스피 5000 시대로 가는 서막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직접 한국거래소를 찾아 증시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문제들을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여야가 상법개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코스피는 3000 시대를 맞았다. '리(李)코노믹스'는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Economics)를 결합한 용어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한국 경제의 구조와 방향을 어떻게 바꿀지를 기대하게 하는 새 시대의 아젠다로 부족함이 없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시장 정책 전면 재정비에 착수했다. 물적분할 제한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관투자가 역할 재정립 등 투자자 중심의 시장질서 회복을 예고했다. '리코노믹스'가 자본시장에 던지는 변화의 신호를 짚어본다.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국회가 새 정부의 첫번째 상법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보호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그간 반복돼 온 '쪼개기 상장', 대주주의 독단 경영, 사외이사의 거수기화 등에 대한 견제 장치를 법제화해 자본시장 신뢰 제고로 이어질 거란 기대가 커졌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 272명 중 찬성 218명, 반대 29명, 기권 25명으로 가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코스피5000' 시대를 위한 핵심 입법과제로 추진돼 왔다.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문화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3% 제한(3%룰) ▲대규모 상장사 전자주총 의무화 등이 담겼다. 특히 논란이 컸던 '3%룰'이 포함되며 대주주에 의한 감사위원 장악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6.33%에 달하지만, 3%룰 적용으로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반면 국민연금은 7.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감사위원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이사에게 부과된 주주충실 의무 역시 향후 주주대표소송 등 주주권 강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에 앞서 일부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른 사례도 있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돌연 교환사채(EB) 발행을 예고했으나 강한 여론 반발에 직면해 철회했고, 파마리서치도 인적분할 계획을 공개했다가 비판 여론에 한발 물러섰다. 투자자 권리 보호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이 기업의 장기 성장 기반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이 강화되면서 외부 견제가 체계화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투명경영을 유도해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선 이사에게 부여된 '주주충실 의무' 조항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는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만 존재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책무가 명시돼, 소액주주를 포함한 권익 보호의 근거가 마련됐다.
한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앞으로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소액주주를 배제하고 계열사 분할, 자산이전 등을 추진할 경우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시장에서 경영권 남용에 대한 억지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후속 개정안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상법 개정안 후속 과제가 신속하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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