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푸본현대생명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고금리 시기에 취급한 퇴직연금 부채의 이자비용이 지속적으로 손익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도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아 본업에서 창출되는 이익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해외주식·외화증권 평가손실까지 확대되면서 적자 기조를 벗지 못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 규모는 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상반기 외화유가증권, 해외주식 등의 평가손실 및 외화거래손실이 확대되며 투자손익이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다. 푸본현대생명은 "금리하락에 따른 보험계약 부채 평가 이익 등 감소, 환율 변동 및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손익 악화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자본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푸본현대생명은 2022년 2109억원, 2023년 110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4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상반기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결손금 규모는 4582억원에 달한다.
푸본현대생명의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높은 퇴직연금 비중과 손실부담계약관련 비용 증가가 꼽힌다. 특히 2022년 하반기 취급한 고금리 퇴직연금 부채 관련 이자비용과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시 발생한 손실부담계약관련 비용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과 저축성보험 등에서 발생하는 투자손익(자산운용관련이익, 부담이자)은 1165억원 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419억원 이익) 대비 적자 전환했다. 투자손익 집계 과정에서 차감된 보험금융비용은 1479억원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의 보험료수입 중 퇴직연금 비중이 58%에 달한다. 이 중 현대차그룹 물량 비중이 45% 수준이다. 과거 현대차그룹 편입 당시 현대차계열사들의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수주하면서 퇴직연금의 위주의 보험 포트폴리오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같은 물량은 안정성이 보장되지만 금리상황에 따른 높은 변동성과 높은 제공이율로 인해 결과적으로 역마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관련 손실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내년 이후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이자비용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면서 "다만 올해까지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관련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아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손익이 크게 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 대비 CSM 규모가 작아 이익변동성이 높은 것도 수익성 안정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CSM 규모는 1423억원이다. DB생명(1조7705억원), ABL생명(9375억원), KDB생명(8650억원), IBK연금보험(4501억원), 하나생명(4390억원) 등 경쟁사와 비교해 큰 격차를 나타낸다.
일반적인 보험사의 수익구조는 CSM 상각이익이 투자손익의 변동성을 상당 부분 흡수한다. 그러나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CSM 상각이익이 연간 200억원 내외에 그치고 있어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투자손익 증감이 전체 수익성을 좌우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CSM 확대 등 보험이익 창출력 개선을 위해 보장성보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속 영업 채널 조직을 확대하고 GA 영업 채널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와 GA 영업력이 약한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 단기적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시장 내 높은 경쟁 강도를 고려할 때 채널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사들의 CSM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정변경에 따른 경험조정 등 보유 CSM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도 부담 요인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향후 CSM 경험조정 변동 수준은 축소될 것으로 보이나, 보장성보험 시장의 높은 경쟁 강도와 푸본현대생명의 경쟁력 수준과 보험 포트폴리오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CSM 규모 증가 추세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축적되고 있는 CSM이 장기간 이익으로 전환되면서 보험사의 이익 기반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보험이익 창출력 개선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익성 관련 지표가 악화되면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푸본현대생명의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나이스신용평가도 푸본현대생명의 후순위사채 등급을 A+/(부정적)Negative에서 A/안정적(Stable)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나신평은 "보험손익 적자와 자본관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등급 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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