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AI FC-BGA' 물량 적어도 적극 대응
엔비디아, 납품업체 다변화 니즈 존재…수율 개선 시 수주 가능성↑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4일 21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CES2025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삼성전기)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기가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사업 영역을 AI 가속기용으로 넓히며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양산 경험을 쌓고자 AI용이라면 수주 물량이 적어도 적극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선두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해 수율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부터 북미 CSP 고객사에 AI 가속기용 FC-BGA를 납품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타 CSP 고객사들에도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FC-BGA 시장 규모는 PC→일반 서버·네트워크→AI 순으로 크지만 향후 성장률은 이와 반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도 이를 고려해 기술 난도가 낮은 PC용부터 진입한 뒤 점차 AI용으로 응용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AI 서버용 기판의 경우 AMD 등을 통해 이미 납품 경험이 있지만 AI 가속기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궁극적으로는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지만, 이들은 이미 일본 이비덴 등 선두 업체들과 거래 중이라 직거래가 쉽지 않다. 이에 삼성전기는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CSP 기업들의 물량을 수주하며 양산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도체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이번에 거래를 튼 CSP 기업도 원래는 일본 이비덴 등 FC-BGA 1위 사업자에 물량을 맡기려는 니즈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들 사업자는 엔비디아처럼 대형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한 고객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대안을 찾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삼성전기는 현재 AI용 FC-BGA라면 수주 물량이 적어도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문을 두드리려면 양산 경험을 다수 확보해 신뢰도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CSP 기업들도 일단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려면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중요하니 결국 삼성전기와 거래를 트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객 주문형 사업인 FC-BGA는 통상 고객사들과 장기 거래를 이어가는 구조라 후발주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특히 고객사 맞춤형으로 생산된 제품은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없어 호환성이 떨어지고 재고 전환도 어렵다. 현재 FC-BGA 시장은 이 사업을 전통적으로 영위해온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이 1위 사업자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삼성전기와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2위권에서 경쟁하는 구도로 이뤄져 있다.


삼성전기는 1990년대부터 PC용을 시작으로 FC-BGA 사업을 이어와 이미 일정 수준의 인지도를 갖춘 만큼 신규 수주를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TSMC를 중심으로 공급망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는 유니마이크론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선두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본 이비덴, 신코덴키와 비교하면 삼성전기의 FC-BGA는 수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수율로 직결되는 기술력이 이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FC-BGA는 동일 면적 내에서 회로를 정밀하게 구현하는 미세화 기술과 층수를 안정적으로 높이는 기술이 핵심인데, 현재로선 경쟁사들이 더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 입장에서는 일본 업체들에 수주를 배정하면 원하는 스펙과 물량을 원하는 시점에 맞춰 받을 수 있지만, 삼성전기는 이러한 측면에서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을 점차 끌어올릴 경우 향후 엔비디아와의 직접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힘들지만 엔비디아 역시 납품업체 다변화에 대한 니즈가 있기 때문에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일본 이비덴 등에 AI 가속기용 FC-BGA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관계자는 "당장 1년 안에 엔비디아로부터 많은 물량을 공급받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AI용 FC-BGA 시장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만큼 현재는 수율이 높은 업체들의 제품을 가격이 비싸도 우선 구매하는 분위기"라며 "향후에는 엔비디아도 납품업체 다변화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고 부품 업체들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 삼성전기가 선두 업체에 맞먹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물량이 배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의 올해 패키지솔루션 부문 매출 예상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 매출 예상치를 2조1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3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FC-BGA 매출만 8850억원에서 1조580억원으로 19.54% 늘어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FC-BGA는 AI용 가속기 영역 진출,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며 "또한 자율주행 반도체에도 적용 확대되면서 신규 매출의 반영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