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기존 OK저축은행과 별도로 새 저축은행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하게 합병을 하기 보다는 업계 1위인 OK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부실 자산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인수 후 운영 전략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업계에선 두 저축은행을 OK저축은행에 흡수시켜 운영할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하나로 통합한 뒤 새 저축은행 형태로 운용하고, 기존 OK저축은행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는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부실 부실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실제로 상상인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21.39%,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7.00%다. 페퍼저축은행도 연체율 10.78%, NPL비율 14.83%로 두 저축은행 모두 업계 평균(연체율 9.00%, NPL비율 10.59%)을 큰 폭으로 웃돈다. 이 같은 수치를 감안할 때 두 저축은행을 편입한 OK저축은행은 업계 1위 타이틀로 반납해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부실자산 정리가 시급한 만큼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며 "두 저축은행을 즉시 OK저축은행에 흡수할 경우, 자칫 OK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상 금융그룹이 보유할 수 있는 저축은행 수가 최대 2곳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통합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만약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OK저축은행은 기존 영업권역인 서울·충청·호남지역을 담당하고 통합된 새 저축은행은 경기·인천·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업을 하게 된다.
OK금융은 2014년 7월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각각 OK저축은행과 OK2저축은행으로 운영한 뒤, 5개월 후 통합한 전례가 있다. 당시 인수 주체는 러시앤캐시로 현재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이번에도 일정 기간 분리 운영 후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SPA(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곧바로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OK저축은행에 편입하는 방안도 여전히 열려 있다. 이 경우 OK저축은행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호남지역까지 아우르는 전국 단위 저축은행으로 도약하게 된다.
저축은행법상 영업구역을 확대하는 M&A는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금융당국은 부실우려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이같은 규제를 완화한 상태다. 올해 3월 상상인저축은행은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페퍼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부과받아 부실우려 저축은행에 해당한다.
OK저축은행은 아직 두 저축은행의 SPA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계획을 밝히는 게 시기상조라는 입장이하.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OK금융이 이미 새 저축은행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 업권 관계자는 "OK금융이 인수 이후에도 OK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부실이 큰 두 저축은행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며 "현재 OK금융이 새 저축은행 설립 준비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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