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KB금융그룹의 '생명보험 퍼즐'로 주목받았던 KB라이프생명이 합병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기대했던 상위권 도약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빠른 통합 관리(PMI)로 조직 안정화를 마치면서 외형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세가 정체되고, 계리가정 변경 여파가 이어지면서 그룹 내 성장축으로서의 존재감은 다소 희미해졌다는 평가다.
31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개별 기준)은 254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60억원) 감소했다. 예실차 악화와 손실계약 관련 비용 증가로 보험영업손익이 둔화된 데다, 중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한 채권 교체매매 과정에서 투자손익이 줄어든 영향이 반영됐다. 3분기 개별 당기순이익은 65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65억원 감소했다.
KB라이프생명의 출발점은 2020년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였다. 당시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규모 11위, 순이익 6위의 '알짜 생보사'로 꼽혔다. 최고 수준의 건전성과 효율적 손해율 관리, 우수한 설계사 조직을 모두 갖춘 점이 강점이었다. KB금융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추가 가격 조정 없이 곧바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그만큼 푸르덴셜생명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보여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통합법인 KB라이프생명은 2023년 1월 공식 출범했다. KB생명 인력의 사옥 이전, 인사제도 통합(2024년), 전산 통합(2024년 3월) 등 PMI(통합 후 관리) 절차는 큰 잡음 없이 마무리하며 조지 안정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다만 합병 시너지가 실적과 시장 지위로 명확히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합병 첫해인 2023년 KB라이프생명의 순이익은 2364억원을 기록한 후 이듬해(2024년) 2999억원으로 1년 만에 26.8%(634억원) 증가혐서 외형은 개선됐다. 하지만 순이익·자산 모두 업계 7위권에 머물러 '중대형 생보사'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KB라이프생명이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보유 보험계약마진(CSM)의 성장 정체를 지목한다. CSM은 새 회계제도인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의 미래이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의 보유 CSM은 약 3조2000억원 수준에서 성장이 멈췄다. 2024년 5000억원가량의 신계약 CSM을 확보했지만, 계리가정 변경, 특히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조정으로 대규모 마이너스(-) 조정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올해 3분기 누적 CSM은 3조1950억원으로 전년동기(3조1463억원) 대비 1.5% 증가에 그쳤다.
올해는 연령군별 손해율 차등 적용, 할인율 산출기준 강화 등 제도 변화가 연이어 적용되며 신계약 증가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 이로 인해 CSM 순증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합병 이후 두 번째 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제약요인에도 KB라이프생명의 본질적 수익성은 업계 최상위권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3개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90%로 업계 평균(0.56%)을 크게 상회한 수준이다. 보험손익/보험수익 비율도 2024년 36.3%, 올해 1분기 35.4%로 업계 평균(12.5%) 대비 월등히 높다. CSM 상각이익 역시 2024년 2931억원, 올해 1분기 724억원이 꾸준히 발생해 내재수익성이 견조하다는 평가다.
투자손익 측면에서도 과거 매입한 고금리 장기 국공채 효과로 최근 3개년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이 3.51%로 업계 평균(3.35%)을 상회했다. 다만 신용·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채권 교체매매, 일부 고해지환급형 상품에서의 금융비용 증가 등은 잠재 리스크로 지적된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종신보험 등 보장성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이후 일시납 저축성보험 비중이 확대되는 점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저축성 확대는 단기 판매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CSM 증가에는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결국 KB라이프생명의 상위권 도약 여부는 ▲신계약 CSM 확대 ▲계리가정 변경 리스크 축소 ▲보험·투자수익의 안정성 유지 등 '합병 이후 두 번째 도약'을 위한 구조적 개선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 전반의 경쟁 심화, 생보사의 구조적 성장 둔화 등을 고려하면 합병의 '완성형 시너지'를 실적으로 증명해내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 시각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2025년부터는 제도 변화에 따른 대규모 마이너스 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완만한 수준의 CSM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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