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삼성]
사법 해소에 '반도체' 부활 조짐…1c D램 물량 확대 본격화
수율 개선 본격화, HBM4 개발 속도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7일 12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둘러싼 '사법 족쇄'가 풀리면서, 부진을 이어오고 있는 반도체(DS) 사업부가 부활의 조짐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벌써 내부적으로는 사법 리스크 해소를 염두에 둔 재정비 움직임도 감지되면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17일 이재용 회장은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로부터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 회장이 기소된 지 약 4년 10개월, 2심 선고 5개월여 만의 결정이다. 앞서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드디어 사법 족쇄가 풀리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최종 판단을 계기로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가 부활의 신호탄을 쏠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실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되는 가운데,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적 불확실성까지 걷혔으니 보다 과감한 행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고전하고 있다. 또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2·3나노 등 선단 공정 수율이 낮아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이렇다 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2분기에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4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DS 사업부 내부적으로 계획한 올해 목표치는 ▲상반기까지 엔비다아에 HBM3E 12단 퀄 테스트 통과 ▲하반기부터 HBM4 양산 ▲3나노 공정인 엑시노스2500 생산 ▲파운드리 2나노 공정 고객사로 퀄컴, AMD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확보 등 4가지"라며 "현재로서는 엔비디아 상반기 퀄 통과 목표는 끝났고, 2나노 고객사 확보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 경쟁력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곳곳에서 DS 사업부 관련 희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 전환기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와 엮인 소식들이 전해지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3E 제품은 아직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 했으나, 이전 세대인 HBM3 8단은 공급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 'H20'의 공급 재개를 허가하면서, 해당 칩에 HBM3를 투입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2분기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수출 제한으로 엔비디아 내에서 조단위의 H20 재고가 쌓여 있고, 저샤앙 제품인 만큼 수익성이 높지는 않다. 다만 삼성전자가 사실상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어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평가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H20에 탑재될 HBM 공급처로 삼성전자가 유력하다"며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3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돼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 및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HBM3E 12단 퀄 통과 가능성이 예년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미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상당수의 물량이 배정된 만큼 퀄이 통과된다고 해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퀄 통과라는 '표면적인' 신뢰 확보를 내세워 타 글로벌 빅테크 수주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 HBM 물량을 맡기고 싶어하는 고객사들이 많지만, 현재 SK하이닉스의 캐파(CAPA, 생산능력)가 부족해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이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 통과를 앞세워 이들 고객사에 적극적으로 어필해 추가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차세대 HBM4에서도 최근 수율이 개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c D램 공정의 PRA 승인 절차를 마쳤다. 양산 전 필요한 기술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로, 회사 측 자체 평가에 따른 판단이다. 이 밖에 2·3나노 선단 공정 파운드리에서는 아직 유의미한 수주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최근 자사 모바일 AP인 엑시노스2500을 '갤럭시 Z플립7'에 전량 탑재하는 등 캡티브 레퍼런스부터 차츰 쌓아가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삼성전자 DS 사업부도 최근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1c D램 수율이 올라가고 안정성이 높아지면 생산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증권사 CLSA는 1c D램 수율이 50%를 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중국 반도체 기업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기존 D램 3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위협하는 만큼 '중국발 치킨게임(상대방이 망할 때까지 초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중국과의 치킨게임도 대비해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2023년 반도체 혹한기 때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에 나섰다가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로 중도에 포기하면서 주춤한 적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해소되고 삼성전자의 분위기도 반전 시키기 위해서는 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2000년대 후반 반도체 경영전략의 일환이었던 치킨게임을 중국 업체들과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이 회장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수주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DS 사업부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렇게 해야 하반기에 실적 개선이 가능한 상황이다. HBM과 파운드리는 모두 수주형 사업인 만큼, 고객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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