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라이프플래닛도 캐롯 전철 밟을까…신창재 회장 선택은
실적 부진·킥스 하락에도 독립 유지 가능성…신 회장 의지와 후계 구도 고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5일 16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순손실 추이.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이 결정되면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역시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 실험 차원에서 출범했던 만큼 캐롯손보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어서다.  

 

다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디지털 혁신 의지와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당장 흡수합병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아직은 힘을 얻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내부에서도 제도적 기반만 갖춰진다면 디지털 보험사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해 흡수합병, 추가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된 실적 부진과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 하락 등으로 사업 지속 여부에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어서다. 


2013년 9월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현재까지 적자를 한 차례도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을 전년 동기 대비 35억원 더 늘렸다. 킥스비율은 지난해 말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192.3%에서 올해 1분기 말 160.3%로 대폭 낮아졌다.


그럼에도 회사 안팎에서는 여전히 독립 법인 형태를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일단 신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우선적인 이유로 꼽힌다.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사적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는데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 있는 자회사로 평가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신 회장의 자존심이자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상징한다"며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흡수합병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는 '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혁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 역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생명보험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디지털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보헙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디지털 보험사 설립 당시부터 일정 수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뒀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보수적인 생명보험업계 내에서도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 등에 가장 신중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보생명의 차기 경영자로 꼽히는 신 회장의 장·차남이 모두 디지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중요도를 보여주는 척도로 해석된다.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2015년 그룹에 합류한 뒤로 줄곧 디지털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은 2020년부터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신 실장은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인슈어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고객 중심 디지털 전략과 사업 계획을 직접 소개했다. 신 실장이 외부 행사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만큼 그룹의 디지털 전략에 대한 내부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사장 역시 최근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산학 세미나'에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디지털 보험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피력했다. 그는 "디지털 보험사는 모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경영개선 권고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허들을 낮춰준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수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교보라이프플래닛에 1250억원을 출자한 것을 포함해 유상증자를 통해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3300억원 이상을 지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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