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5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밸류체인 유동화 거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증권이 선정됐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투자은행(IB) 업계 대부 정영채 고문이 직접 협상을 진두지휘하면서 역전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16일 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메리츠금융을 LNG 사업 유동화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관련 내용을 당사자에 통보했다. KKR은 과거 SK E&S와의 조 단위 거래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메리츠가 연 6%대의 낮은 금리와 SK온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조건을 제시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LNG 자산 유동화는 ▲광양 ▲여주 ▲하남 ▲위례 등 4곳의 민간 발전소 운영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당초 파주 발전소도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 유동화 대상에서는 빠졌다. 앞서 지난 10일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KR과 브룩필드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투자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발전 자회사들이 RCPS를 발행해 특수목적법인(SPC)에 팔고 해당 SPC에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방식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발전 자회사들에 전환우선주(CPS)로,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에는 주가수익스와프(PRS) 형태로 각각 조단위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인수한 CPS의 상당 부분을 다른 기관투자자들에 셀다운(재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이 물량을 함께 떠안을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증권은 CPS 투자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측에 일정 수준의 신용 보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수용할 경우 해당 물량은 회계상 부채로 인식돼 재무제표상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SK 측 신용 보강 없이 CPS를 에쿼티 투자 성격으로 분류할 경우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는 순자본비율(NCR) 규제상 위험가중치가 높아져 다른 고위험 투자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우협으로 선정된 만큼 SK㈜, SK이노베이션과의 협상을 통해 조건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는 NH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정영채 메리츠증권 고문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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