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M&A]
유통공룡 누가 짊어지나…농협·이마트·쿠팡 주목
유통 공룡의 마지막 승부수 거론…시너지냐 리스크냐 복잡한 방정식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4일 06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홈플러스 매각절차가 본격화한 가운데 주요 원매자로 거론되는 유통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내 3위 대형마트를 품에 안을 기회이지만 불투명한 산업 전망과 부담스러운 고용승계 등의 조건이 리스크를 키울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 인수는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후 통합(PMI)에 대한 청사진과 경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안이 있어야 자격을 얻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이달 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티저레터 배포 절차를 생략하고 직접 인수 후보군을 접촉해 의향을 확인할 계획이다.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정 인수후보자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경쟁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인수 희망자가 없다면 조건부 인수 예정자가 그대로 최종 인수자가 된다. 삼일PwC는 해당 방식으로 최대한 빠르게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목표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을 인수할 때는 청산가치 이상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삼일PwC가 산정한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7000억원이다. 다만 채권자가 동의할 경우 이보다 낮은 가격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최근 홈플러스 측은 1조원 미만으로도 인수가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2조원의 차입을 일으킬 경우 2조9000억원의 채권을 갚기 위해 인수자가 투입해야 하는 현금은 실질적으로 1조원 미만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와 GS, 쿠팡, 농협, 이마트, 롯데 등 전략적투자자(SI)들이 유력 원매자로 거론된다. 대형마트 산업의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것을 고려하면 재무적투자자(FI)가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그나마 이미 유통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I들의 경우 홈플러스 인수로 시너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회수(엑시트)를 염두에 둬야 하는 FI가 단독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며 "그나마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SI가 인수 주체로 나서고 FI가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126곳의 대형마트와 308곳의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등 유형 자산 가치만 4조8000억원에 달한다. 오프라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확보할 기회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기업의 경우 신선식품 영역을 강화하는 등 오프라인 진출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부동산을 감안하더라도 적자 기업을 인수하는 구도는 부담스럽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한 해에만 31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의 성장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대형마트를 추가 확보하는 점도 리스크다. 여기에 2만 여명에 달하는 임직원 인건비를 고려하면 자칫 홈플러스 인수가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홈플러스 이슈가 정치·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점도 대기업들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거래 전반이 사회적 책임을 동반한 '공공적 매각'의 성격이 큰 탓에 향후 수익성 제고를 위한 통합 과정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일 비교섭단체 야5당 지도부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홈플러스 관련 노동자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떠밀리기 식 인수'가 일어날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후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인가 전 M&A는 사실 속도가 굉장히 중요한데 아직까지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SI와 FI 모두 인수를 통한 시너지보다는 리스크가 더 크다는 계산이 하고 있다"며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일부 대기업들은 정치적 입김이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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