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현대판 만석꾼은 강남아파트 소유자
부동산 초양극화 시대, 지방 악성 미분양 해소 위한 규제 완화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7일 09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성희 산업2부장] '마지기'는 한국의 전통 농지 면적 단위다. 씨앗 한말을 뿌려 농사할 수 있는 크기를 뜻한다. 소유한 땅이 곧 '부(富)'를 의미하던 과거, 논 몇마지기를 일구냐에 따라 부의 계급도 나뉘었다고 한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150평에서 300평이 논 한마지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대략 200평이라고 치면 '대부호'로 여겨지던 '만석꾼'은 5000마지기 정도의 땅을 가지고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수로는 100만평이고, 축구장으로 비교하면 500개 정도에 해당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현재도 땅과 같이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대략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한다. 보편적인 시각으로는 땅보다는 집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을 현대식으로 수정하면 '사촌이 집을 사면 배가 아프다'로 바꿀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제 마냥 집을 산다고 부러움이 대상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어디에 어떤 집을 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천석꾼', '만석꾼'을 현재에 적용하라면 아마 서울, 특히 강남에 브랜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누군가 강남에 아파트를 샀다고 하면 배가 아픈가 보다. 아니, 지금 말고 10년~20년 전에 산 사람들이 제일 부럽고, 당시 직장이나 교육의 문제로 강남에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제일 배 아프다.


'부동산 불패'로 지속돼 온 우리나라 국민의 부동산 사랑은 이제 '강남 아파트 불패'라는 말로 바꿔야 할 듯 싶다. 말인 즉슨, 이제는 서울, 특히 강남권 아파트가 아니라면 '부동산 필패'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수도권과 지방이 아닌 서울과 서울 외 지역으로 극단적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몰락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방의 악성 미분양 물량은 2010년 초중순 이후 최대치를 달리고 있다.


다주택자에게 과중되는 규제는 '똘똘한 한채'를 보유하라는 메시지가 됐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똘똘하기 때문에 서울 부동산 집중 현상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고~'라는 속담 속 말이 집 사러 가라는 뜻은 아닐텐데 말이다. 


결국 지방에 집을 사도 손해보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마련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악성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는 지역에 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부동산 거래 활성화 효과 목적의 취득세, 양도세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일단 대출을 죄어서 집값을 잡고,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 시키겠다는데, 지금도 미분양에 곡소리 나는 지방은 이러한 기조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취득세, 양도세를 완화한 때를 돌이켜 보자. 2013년 4·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 또는 대폭 감면함으로써 실질적인 미분양 감소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물론 단기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역대급 미분양으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지방 부동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약처방이라도 우선 내려야 할 것이 아닌가. 


다행히 지방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 국회에서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세를 감면해주자는 움직임이 보인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양도세 감면 등 추가 세제 혜택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가야할 길이 멀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 백약이 무효하다고 하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백 한 번째, 백 두 번째 약을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부디 새 정부의 슬기로운 약처방을 바라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데스크칼럼 417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