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순차입금 4000억~5000억 줄인다
어려운 경영 환경 고려…재고자산·매출채권 감축도 추진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17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현대제철)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현대제철이 올해 순차입금 축소 등 재무 안정성 확보에 드라이브를 건다. 작년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규모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했음에도 올해 경영 리스크를 감안하면 재무구조를 더 다듬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말 성과급 지출 등 현금 유출까지 고려하면 올해 더 촘촘한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이에 운전자본을 효율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3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올해 기본 지침에 '재무 안정성 강화'를 추가했다. 순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게 주 골자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83.7%로, 사실상 최저 수준이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부채비율도 92.3%로,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지표가 100% 밑으로 내려갔다.


총차입금에서 현금형자산을 뺀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 2021년 8조6281억원에서 지난해 7조133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2017년 10조원으로 늘었던 순차입금을 지속 줄여왔으며, 지난해 개선 폭이 가장 컸다. 


양호한 수준의 지표에도 현대제철이 재무 안정성을 경영 지침에 넣은 것은 시황이 심상치 않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상반기 이후부터 어려웠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21년 철강 판매가 양호해 2022년에는 판매량 지표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상반된 실적이 나오면서 충격이 큰 모양새다.


작년 한해 현대제철이 판매한 철강은 1829만톤으로, 목표했던 1997만톤에 한참 미달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 2020년 철강 판매량이 7% 이상 줄어든 이래 감소폭이 두 번째로 컸다. 


현대제철이 주로 판매하는 강재는 완성차 업체와 조선사에 납품하는 열연, 냉연, 후판 등이다. 고로 판매량이 4% 감소했고, 건설사에 납품하는 전기로 생산 철도 판매량도 전년 대비 6% 줄었다. 신사업으로 삼고 있는 모빌리티 소재는 판매 비중이 4%에 그쳐 출구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대제철은 올해 순차입금 규모를 4000억~5000억원 축소할 방침이다.


작년 현대제철은 현금 지출을 전년 대비 1조원 줄이는 것만으로 순차입금 규모를 약 1조5000억원 축소했다. 올해는 현금 유출 방어 자체가 어렵다. 우선 작년에 지급하지 않은 연말 성과급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나간다. 올해 순차입금 축소 목표도 성과급 지출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회사 측은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을 많이 나와야 6%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영업이익률은 10.7%였으며, 작년에는 5.9%였다. 수익성 개선을 통한 현금 유입이 담보되지 않은 가운데, 재무 안전성을 꾀해야 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포착된 가격 하락 기류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판재 평균판매가격은 지난해 1분기 톤당 118만원에서 2분기 129만원으로 상승했지만, 4분기 118만원으로 떨어졌다. 유진투자증권이 제공한 올해 예상 평균 판매 가격은 상반기 120만원대를 회복하다 하반기부터 꺾일 것으로 관측된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판가도 오르는 구조이지만, 철강 수요가 부진할 때에는 오히려 원가 부담만 떠안게 된다. 철광석 시세를 보면, 지난 1월 3일 톤당 117.79달러에서 현재 123.95 달러까지 치솟았다.


전기로를 생산하는 현대제철은 전력비 인상 등 고정비의 상승 요인도 예의주시 해야 한다. 전기료가 1원 오르면 고정비 상승 효과는 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임무영 현대제철 상무는 "1분기에 한국전력이 전력단가 13원 인상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원가 변동분에 대한 제품 판매가 반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제품을 구매하는 곳이 건설사, 조선사, 완성차 업체 등인데, 조선사를 제외하면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적된 수주로 일감을 꽉 채운 조선사가 그나마 사정이 나은데, 오랜 기간 업황이 어려웠던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후판은 팔수록 손해라는 게 철강 업계의 전언이다. 


그나마 올해 해외 실수요를 중심으로 차강판을 판매하면 목표는 어느정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이 예상한 올해 글로벌 차강판 판매량은 전년도 82만톤 보다 34% 증가한 110만톤이다. 


올해 경영 환경이 작년 보다 어려운 가운데, 성과급처럼 지출 요인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현대제철은 재고 최적화를 통한 운전자금 개선 방안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줄여 운전자본만 잘 관리해도 현금 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운전자금 축소만으로 16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빠르게 원재료를 털어내면 평가손실 우려도 덜 수 있다.


김원진 현대제철 부사장은 "작년 운전자금 축소가 많은 기여를 했다"라며 "향후 순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며, 올해는 최소 성과급이 이연된 점을 감안해 4000억~5000억원의 순차입금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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