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전환' 대한유화, 불황에도 끄떡없다
5개 분기 연속 적자에도 부채비율 20%대
'재무통' 임중규 전무, 차입 최소화 전략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15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대한유화가 지난해 적자로 전환하면서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점은 실적악화가 오랜 기간 이어졌음에도 여전히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비율이 고작 20%대에 불과하다. 올해도 업황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혹한기를 버틸 체력을 비축해둔 덕분에 동종업체들에 비해 충격이 덜할 전망이다.


연결기준 2022년 회사는 적자로 전환했다. 분기별로 보면 5개 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2분기 영업손실은 430억원, 3분기 600억원이며, 4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 커지면서 89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도 4분기에 -3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유화가 지난해 적자로 전환한 주 이유는 지난해 9월 울산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 가동을 멈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회사는 NCC 설비 스팀 누수로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터빈구동용 스팀 배관 부분에서 스팀 누수가 발생해 압축기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후처리 공정을 멈춰 NCC 전체 설비도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대한유화는 3년에 한번씩 공장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정기보수가 있을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3개월간 공장 가동을 멈춘다. 2019년에는 이를 상쇄할만한 재무적 여력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시황이 좋지 않아 회사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장기간 지속되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도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회사가 주로 생산하는 제품에서 중국 자급률이 늘어나면서 중국 리오프닝 수혜 영향을 받지 못했다. 무차입으로 1400억원을 투입해 신설한 온상공장 내 부타디엔(BD) 공장도 회사의 수익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범용 플라스틱 소재로 사용하는 폴리에틸렌(PE)과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적자전환에 대해 대한유화 관계자는 "수요 위축에 따른 제품가 약세 영향으로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 스프레드(마진) 역시 줄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유화는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사풍으로 삼고 있다. 이회사는 1970년 창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50여년간 차입을 최소화하는 재무전략을 펼쳐왔다. 여기에는 대한유화의 재무통인 임중규 전무의 역할이 컸다. 임 전무는 2010년부터 회사의 재무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대한유화의 부채비율은 21%에 불과하다. 2019년에는 13.9%, 2020년에는 12.3%, 2021년에는 22.2%였다. 2021년 국내 기업(금융사 제외)의 평균 부채비율이 120%라는 점에 비춰보면 레버리지 지표가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꾸준히 두자릿수에서 세자릿수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9월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이는 업황 둔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수익성을 회복한다면 다시 적정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이 가능한 이유는 회사의 당좌비율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당좌비율은 단기지급능력을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당좌비율은 100% 수준일 경우 양호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대한유화는 3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700% 가까이 치솟았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대한유화의 주요 제품인 PE와 PP의 업황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중국 리오프닝 수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그동안 초과 증설한 설비 등을 감안할 때 수요보다 유휴설비가 업황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나, 이익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새로 신설한 BD도 아시아 시장에서 침체가 예상돼 주요 제품들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신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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