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기의 저축銀···'진짜 서민금고' 판가름 계기
대출자산 리스크에 수신금리 경쟁까지 '이중고'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08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올해 예상 실적이 작년의 절반이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 한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작년 말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저축은행의 수익성 개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수익성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미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촉발된 급격한 금리인상과 리스크 우려 확대로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등이 크게 증가하면서 실적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올해도 여기저기서 저축은행 업계의 고전을 전망하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출자산 리스크에 수신금리 경쟁까지 이중고가 겹치며 수익성에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대출자산을 급격히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 확장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왔던 대형 저축은행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올해는 금리상승, 부동산 경기 변동성 등으로 인한 대출 공급 유인이 감소하고 유동성 부담 및 DSR 규제 등도 외형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가계대출의 경우 법정최고금리(20%), 중금리 상한(16.3%) 등으로 대출금리 상승폭이 크지 않아 수요는 여전히 높은 반면, 축소된 마진, DSR 규제 등 영향으로 공급 유인은 낮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금리인상이 반영되는 기업대출 역시 대출금리 상승과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로 수요와 공급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건전성 저하에 따른 대손비용의 증가다. 전문가들은 올해 기업대출은 부동산금융과 사업자모기지론 위주, 가계대출은 신용대출 위주로 건전성 저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금융(브릿지론, PF)과 사업자모기지론 부실화 우려 심화되고 가계대출의 경우 차주 신용위험이 1금융권 대비 열위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저축은행은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한 대출 취급액을 대폭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몇몇 대형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 규모가 많게는 2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신용대출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등이 주로 사용한다.


저축은행 등 흔히 말하는 2금융권은 1금융권인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출은 쉽다는 인식이 있다. 금리가 높아 대출을 망설일 뿐, 대출이 안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민 돈줄이 막히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 최근 일부 금융사들이 유동성 확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대출 취급을 축소함에 따라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까지 나서 '금융회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당부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저축은행의 위기는 결국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돼 돌아온다. 당장 돈을 빌려야 하는 이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올해의 마지막에 각 저축은행이 받아들 경영실적 성적표와 각종 재무지표는 진정한 '서민금고'를 가리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수익성만 앞세우며 무리한 영업확장만 추구했던 곳과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이행했던 곳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진짜 고수는 위기 상황에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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