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스크 점검]
대우조선해양
'좀비 기업' 전락, 채권단 동아줄 잡고 연명
①산은·수출입은행 자금지원 덕분에 디폴트 면해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10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대우조선해양)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회사가 반쪽이 나더라도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다"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2016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직전 연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4조2000억원 규모 신규 지원을 두고 '혈세 낭비'라고 꼬집자 이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좀비 기업'으로 치부된 대우조선해양이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은행이 앞에서 끌고, 수출입은행이 뒤에서 미는 지원 사격 덕분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수조원의 금융지원을 이끌어내기까지 전방에서 채권단의 의견을 모으는 데 일조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관리 체제 하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 수혜를 누렸다. 이자율 혜택은 물론, 신용도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울 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구조조정·조선업 불황으로 털썩…차입금 동아줄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지난 1999년 대우중공업은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듬해 대우중공업에서 분리해 신설한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1년 산업은행을 최대주주로 맞고,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아주려고 몇 차례 시도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한화와의 매각 계약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업황 불황으로 주저 앉은 대우조선해양은 좀처럼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누적적자는 2조3452억원에 달한다.


작년 3분기 동안 대우조선해양이 입은 순손실액만 1조3253억원이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어들이기는 커녕, 현금흐름표에 1조원이 넘는 마이너스 기록을 남겼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BBB-'다. 투기등급으로 분류되기 직전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백기사로 나선 곳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각각 500억원씩 신규 차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울 때마다 빌려준 차입금은 잔액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1조5979억원, 수출입은행이 6321억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한 2조3328억원의 영구채는 대우조선해양의 자기자본을 지탱해주고 있다. 작년 9월 말 대우조선해양의 자본금이 5415억원, 결손금이 2조3452억원이다. 자본으로 인정하는 영구채가 없었다면 대우조선해양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해당 영구채는 지난 2016년 발행한 것으로, 채무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수출입은행이 기존에 빌려준 대출금을 현금 대신 2조3328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로 대납하는 방식이다. 만기는 2046년 11월 29일까지로 찍혀있지만, 30년씩 연장할 수 있어 상환 부담이 없고, 자본 확충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이자율 연 3.37%→1%…출자전환 지원까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2조6371억원의 사채 포함 장·단기 차입금 관련 지급한 이자비용은 1123억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금융부채가 약 1조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1294억원의 이자비용을 냈다.


삼성중공업 보다 더 많은 차입금을 조달한 대우조선해양이 이자를 덜 낸 것은 저리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4월 21일 발행한 공모사채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연 1% 이자를 내고 있다. 당초 해당 사채의 연 이자율은 3.37%였다. 이는 지난 2017년 결정한 채무조정안에 따른 것으로 일부 사채의 만기를 2023년까지로 연장하고, 이자율도 인하했다. 당시 총 1조3500억원 규모의 공모 사채 가운데 일부를 출자 전환했고,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7400억원 규모 사채는 이자율을 1%로 인하했다.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한 영구채도 이때 발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연 1%로 낮아진 이자율을 부담하면서 지난 2020년부터 분할 상환하고 있다. 현재까지 5553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한 상태다.


여기에 채무조정안 가결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전액 출자전환해줬다.


◆새 주인 맞아도 5년 더 지원


작년 9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한화그룹을 낙점했다고 밝히면서도 매각이 아닌 '전략적 투자유치'라고 표현했다. 한화가 주인이 되더라도 산업은행의 예상 보유 지분율이 28%로 여전히 2대 주주 위치를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은 전적으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이 맡고, 산업은행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지원에 집중할 전망이다. 한화가 경영권을 가져간 이후에도 5년간 대우조선해양에 금융지원을 약속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은행은 거래종결일부터 5년간 대출금 등 기존 금융지원을 유지할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거래종결일은 기업결합 심사를 마치고 한화가 증자대금을 납입한 이후를 말한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차입금과 미지급금 등은 총 3조원 규모다. 또 신용보증 신용한도(Credit Line) 2조9000억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배를 만들다 문제가 생기면 대우조선해양 대신 산업은행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물어주기로 한 RG(선수금환금보증) 규모가 47억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 역시 영구채 이자 인상 기한을 미뤄주기로 했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맞기 전 해결해야 할 숙제로 영구채 스텝 업 금리 조건을 꼽는다는 점이다. 


통상 영구채는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가산 금리를 추가하는 스텝 업 조항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영구채 역시 유효신용등급에 해당하는 5년 만기 공모채 수익률에 0.25%를 가산한 이자율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발행했다.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 BBB-의 수익률은 10%가 넘는다. 기존 1%에서 최소 10%로 영구채 금리가 대폭 조정된다는 얘기다.


당초 수출입은행은 올해부터 영구채 이자를 올려 받으려 했다. 그러나 한화와 신주인수계약 체결로 수출입은행도 이자율 조정일을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일단 2023년 12월 31일까지 1.0%의 금리를 받는 조건에 동의했다. 사실상 산업은행처럼 5년간 이자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화가 증자금을 납입하지 않아 아직 거래를 종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올해 말까지로 적시한 것"이라며 "5년간 금융지원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키워가려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한화의 지원만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산업은행의 금융지원이 이후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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