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임추위, '낙하산 논란' 임종룡 올린 이유?
헤드헌트사 후보군 추천 요청…외부인사 조직장악 우려에 노조 반발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17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점.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21년 정부 지분을 털어내면서 완전민영화에 성공했지만,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1차 롱리스트에 오르면서 약 15년 만에 외부 인사가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우리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외부인사 선임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금융 이사회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차기 회장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장, 박근혜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지낸 경제·금융 관료다. 지난 2013년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긴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민간에서 활동한 경험은 전무하다.


◆ 공정한 회장 선임 절차, 민영화 이후 독립성 잣대


우리은행 노조는 임 전 위원장이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자 곧바로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금융은 정부 소유가 아닌 민간금융회사"라며 "차기 회장 선출에서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 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23년 만에 이뤄낸 완전민영화 이후 또 다시 외부 인사가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했다.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예보)가 20년 이상 주인 역할을 해 오면서 타 금융지주에 비해 외풍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21년 말 예보 지분을 매각해 완전민영화에 성공하면서 독립적인 민간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어 왔다. 그러나 이번 회장으로 외부 인사가 오게 될 경우 또다시 외부에 의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권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우리금융 이사회로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 임추위가 외부 인물을 회장으로 선출할 경우 우리금융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또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우리금융 임추위는 위원장인 ▲장동우(IMM PE 추천) 이사를 비롯해 ▲노성태(한화생명 추천) ▲박상용(키움증권 추천) ▲윤인섭(푸본현대생명 추천)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추천) ▲신요환(유진PE 추천) ▲송수영 이사 등 민간 출신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송수영 이사를 제외한 6명은 모두 우리금융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임종룡 숏리스트 포함, 당국 압박 결과물?


임 전 위원장의 후보군 포함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1차 롱리스트까지 특정 인물의 선임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도 나온다. 앞서 임추위가 롱리스트를 꾸릴 때 2곳의 외부 자문회사(헤드헌트사)에 차기 후보군 추천을 요청했는데, 임 전 위원장이 NH농협금융 회장을 역임하는 등 민간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경력 등을 보면 자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임 전 위원장도 본인이 현 금융당국과 연루돼 있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치'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또 과거 우리금융 민영화나 통합 등 여러 업무에 관여했다며 '외부 전문가'의 시각으로 우리금융의 문제를 다뤄 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후보군에 임 전 위원장을 끼워넣기 위한 일각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우리금융 임추위가 헤드헌트사에 후보 추천을 맡기면서 "CEO를 지냈거나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자 중에서 추천해달라"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특정 후보를 포함하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후 논란이 되자 이사회가 해당 조건을 철회했지만, 임 전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해당 조항의 의도가 임 전 위원장을 향한 것 아니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에 외부 출신 2~3명을 올리는 것은 관례"라며 "다만 금융위원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로 꼽히는 임 전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손 회장 연임 포기에도 '안 끝나는' 당국 발언...의도는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을 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또다시 우리금융 회장 인선을 놓고 관련 발언을 이어가는 의도도 주목된다. 


이 원장은 26일 보험회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 롱리스트(1차 후보)가 어떤 기준과 경로로 작성된 건지, 그중 어떤 방식으로 적격 후보자를 걸러 숏리스트를 만들 건지, 또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량·정성적 평가를 하는 게 선출의 기초일 텐데 과연 이를 위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과연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등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임 전 위원장의 후보 포함에 대한 '관치금융' 우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금융권은 이날 이 원장의 말이 임 전 위원장의 2차 숏리스트 포함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추위가 임 전 위원장이 정식 출사표를 낸 지 이틀 만에 2차 숏리스트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사회가 비교적 접점이 많은 내부 출신 인사에 비해 외부 출신인 임 전 위원장에 대해 충분한 검증 시간을 갖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칠 경우 우리금융 회장 2차 숏리스트 구성이나 최종 후보 추천 일정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 주총이 오는 3월24일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임추위는 한 달 전인 2월 말까지만 최종 후보를 추천하면 된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도 관치 금융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압박이 커지자 시간을 끌기 위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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