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VC협회장의 품격
사상 첫 복수 후보 출마…적격성 검증 심사숙고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6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의 제15대 회장 인선이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마감된 후보자 공개 모집에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가 나란히 지원하면서다. VC협회 출범 후 복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VC협회는 이르면 내달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차기 협회장을 선정한다. 이사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땐 업계 최초로 VC협회 회원사들이 신임 협회장 선거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보수 명예직인 VC협회장은 그동안 그다지 인기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본인이 속한 회사보다 협회 관련 대관 업무에 더 많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임자들도 이 같은 이유로 협회장직을 고사하다가 업계 전체 이익을 대변하고 봉사하겠단 마음가짐으로 결국 완장을 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복수 후보가 출마한 건 반길 만한 일이다. 입후보자의 면면을 비교해 업계 발전에 더욱 이바지할 협회장을 선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 적격 심사와 검증을 주도하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의 머릿속은 복잡할 테지만.


두 후보의 적격성은 몰라도 적극성 만큼은 김대영 대표가 한발 앞서가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이미 한두달 전부터 VC협회장 출마 의사를 밝혀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다만 '적극성'과 '적격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강력한 의지가 적합한 역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과거 행적을 두고 적격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입방아에 오르는 건 회사 심사역과 벌인 '법정 공방'이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4년간 부경훈 케이제이앤투자파트너스(전 케이넷투자 이사)와 크래프톤 성과보수 지급 문제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법원은 심사역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넷투자가 부 대표에게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시에 크래프톤 발굴·투자 기여도가 100% 부 대표에게 있다고도 인정했다. 김 대표 입장에선 크래프톤을 회사의 대표적인 투자 성공사례로 내걸 명분도, 후배 심사역과의 신의도 모두 잃게 된 셈이다.


과거 수차례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정치권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돼 온 VC협회지만, 모 후보의 끈끈한 정치인 네트워크는 업계에 불안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가 유력 여당 정치인과 인연이 깊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한다. 작년 말 열린 주요 벤처펀드 출자기관 행사에서도 둘은 VIP룸에 동행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물론 '법적 분쟁'과 '정치권 네트워크'가 VC협회장 본연의 자질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투자업을 하며 송사를 겪거나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VC협회장은 보다 깐깐한 잣대로 선출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업계는 벤처캐피탈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덕망'과 '적격성'을 갖춘 리더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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