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건설시장 낙관 일러…토목사업으로 안정적 현금흐름 유지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08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픽사베이)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프응'이라는 양봉업자 영상을 보면 상대적으로 따뜻한 부산 인근 지역에서 가끔 벌 전체가 동사하거나 굶어죽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다. 부산이기에 조금이라도 날씨가 풀리면 '동면' 상태에 놓여있던 꿀벌세력은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활동을 개시한다는 것이다. 깨어난 벌들은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환경에서 굶어 죽거나 다시 추워진 날씨 탓에 동사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건설업계는 일부 건설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일명 '레고랜드 사태'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 두 곳이 연달아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캐피탈 등 메리츠 계열사가 9000억원을 선순위로 출자하고 롯데 계열사들이 약 6000억원을 출자해 후순위 채권자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조성한 펀드는 롯데건설이 신용공여를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ABSTB) 차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은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을 차입했다. 티와이홀딩스는 계열사 에코비트에 50%의 지분을 출자한 사모펀드 운용사(PEF) 콜버그 그래비스 로버츠(KKR)를 상대로 동일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계열사 지원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했다.


두 회사가 연달아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던 유동성 공포도 어느 정도 걷히는 느낌이다. 가장 심각한 위기를 넘기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도 점차 온기가 돌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늘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엄밀하게 말하면 기준금리는 계속 오름세에 놓여 있고 지난해 건설업계 수익성 하락의 주범이었던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여전하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 확보해둔 사업용지는 헐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기업에게 더 냉혹한 사업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의 침체가 길게는 3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능하다면 토목사업을 다시 확대하는 건 어떨까. 주택 분양사업은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지만 분양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현금흐름 악화를 피할 수 없다. 토목사업은 이익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공정률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현금의 회전이 이뤄져야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이 가능하다. 위험이 적은 토목사업을 늘리면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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