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성장동력
하만 이후 '빅딜' 연기만 솔솔…新엔진 장착 절실
③ 만족스럽지 못한 하만-삼성 시너지...대형 M&A 필요성은 물론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8일 08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ES 2023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와 하만이 함께 선보인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를 체험해보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가 전장·오디오 업체인 하만(HARMAN) 인수 후 7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빅딜'이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인수합병(M&A)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위기라 기대감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하만의 경우 최근 인수 6년 만인 지난해 최대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다. 이에 올해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M&A에 힘을 쏟고 먹거리를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 9조원 들인 하만, 기대에 못 미쳐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2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매출 12조5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만이 삼성전자에게 인수된 이래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인수 가격이나 외형, 수익성을 고려할 때 삼성과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오디오를 제조하던 하만을 약 9조272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당시 하만의 순자산 공정가치는 4조8237억원으로 사실상 지분 100%에 대한 에쿼티밸류(Equity Value, 지배지분가치)였다.


삼성전자가 지배지분 공정가치 보다 2배가량 비싸게 하만을 사들인 이유는 오디오 외에도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스컨트롤유닛(TCU) 기술 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TCU는 디지털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정석) 부문에 활용되고 있어 삼성은 하만의 성장 잠재력에 과감히 베팅했다. 


인수 이후 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시장에서는 삼성이 과도한 가격을 주고 하만을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하고 있다. 실제 인수 이후 하만의 영업이익은 하향세를 보였다. 2016년 영업이익 6800억원을 기록한 뒤 이듬해 574억원으로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후 2018년 1617억, 2019년 3223억원으로 실적 회복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2020년 555억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특히 오랫동안 하만 제품을 써온 현대차그룹이 삼성의 한만 인수 이후 보스 사운드 시스템으로 납품처를 변경한 것이 삼성과 하만을 아프게 했다. 현대차는 2002년 출시한 에쿠스를 시작으로 그랜저 XG 등 신형 그랜저는 7세대 모델이 나오기 직전까지 하만의 오디오 시스템을 옵션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이러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아직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에는 하만의 상위 브랜드 '렉시콘'을 쓰고 있지만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확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만의 디지털 콕핏 시장점유율도 2020년 27.5%에서 지난해 25.3%, 올해 상반기 24.8%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하만 매출의 25%, 영업이익의 40%가 큰 기술력이 필요 없는 JBL 포터블 스피커에서 나오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제품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반등한 것은 위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업적인 성과보다는 법인수 줄이기를 통한 인력감축과 삼성전자의 도움이 컸다는 분석을 하고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110개가량이던 해외법인 중 2021년 40개 이상을 통합·청산하고 조직도 슬림화하면서 비용을 많이 줄였다"면서 "삼성전자가 전세계 삼성 법인 대리점에서 하만의 JBL 제품 등을 많이 들여오면서 하만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서 하만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오지 못해 기술 제휴에 시간이 걸리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전장 사업의 경우 직접 스피커를 만들기도 하지만 타 업체 스피커를 가져다가 코디네이션을 하는 사례도 많다. 기술력을 한층 강화해야 보스 등 경쟁사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하만이 중국 선전에서 전장 관련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데 독립경영 기조 등으로 인해 삼성과의 시너지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이 애초에 인수할 때 하만의 겉모습만 보고 과도한 금액에 사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7년 전 하만 인수를 결정했을 때 기대했던 '큰 그림'이 아직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올해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서 하만은 삼성전자와 함께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Ready Care)'를 선보이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레디 케어는 운전자 보조기능(ADAS)이 작동할 때 운전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가운데) 삼성 회장이 베트남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완공을 의미하는 벨을 누르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반도체 등 M&A 후보군들 


하만 인수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삼성전자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세계 2위 차량용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이하 앰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앰코는 삼성 파운드리의 주요 파트너사 중 한 곳으로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기업이다. 전신은 1968년에 설립된 아남반도체다. 한국에도 인천·광주·송도 등에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9조원,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이다. 아남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향수 회장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한 일화도 있다.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기술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실제 앰코를 M&A 후보군에 올렸다는 후문이다. 특히 앰코를 인수하면 일부 단가가 저렴하거나 수요가 적은 제품을 앰코에 외주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경영권 승계 등 내부 문제 등으로 인해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시장의 전망에 대해 앰코 측은 "삼성 뿐만 아니라 어떠한 기업으로 부터도 인수 관련한 검토가 진행된 바가 없고, 삼성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수 디자인하우스 기업도 M&A 후보군에 오르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삼성 입장에서는 신규 먹거리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과 파운드리 사이 '가교'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하도록 돕는다. 에이디테크놀로지, 코아시아, 세미파이브, 가온칩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AI나 로봇분야, 전기차 분야 등에서 M&A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끝나지 않으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내년 총선까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삼성의 위기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 역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한다면 성장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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