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號 KT 다시 될까...안갯속 연임의 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 예고...부실심사 논란 등 주총 표결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6일 17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구현모 대표. (제공=KT)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결정됐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예고해서다. 뒤늦게 불거진 부실심사 논란도 구 대표 연임 정당성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결정했다. 우선심사뿐 아니라 복수 후보 심사에서도 구 대표가 낙점되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앞서 구 대표는 우선심사 과정에서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경선을 역으로 제안한 바 있다. 경쟁을 통해 국민연금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연임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KT 이사회 결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라며 구 대표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KT 지분을 소폭 줄여왔다. 지난 1달간 장내 매수와 매도를 거치며 보유 중인 KT 지분율을 기존 10.35%에서 9.99%로 낮췄다. 다만 지분율 변동에도 국민연금이 여전히 구 대표 연임의 향방을 가르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관련 업계는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안건이 통과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무리 없이 재선임에 성공했다. 


게다가 KT는 현대자동차그룹, 신한은행 등과 지분을 섞는 혈맹을 맺었다.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가 7.79%, 신한은행·신한생명보험·신한투자증권이 5.48%의 KT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사업적 협력이 시급한 이들 기업은 사실상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들 기업도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으로 KT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판단은 성급할 수 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KT 새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횡령·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구 대표의 연임 시도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구 대표는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황창규 전 회장 시절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 대표는 지난해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KT에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630만달러를 부과했다.


참여연대는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침해한 대표이사를 연임시키는 KT 이사회의 결정은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부적격한 KT 이사의 선임을 반대해왔고 이번에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밝혔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근 불거진 부실심사 논란도 구 대표가 어렵게 획득한 연임 정당성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달 20일 '대표이사 후보자군 구성에 관한 사항'을 의결했다. 이후 8일 만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에 KT 이사회가 촉박한 일정을 핑계로 다른 후보자들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뽑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KT는 사외인사 14명, 사내 후보자 13명 등 총 27명에 대한 차기 대표이사 적격 여부 검토와 7차례 심사를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과정이 단 8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부실심사 의혹을 키운다. 과거 차기 CEO 인선 과정과 비교해도 이번 복수 후보 심사는 검증 기간이 매우 짧았다. KT는 2019년 황창규 전 회장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한 달 넘게 후보자를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