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한 롯데 HQ 수장들, 안도할 시간 없다
⑥유통·석화·식음료부문 유임…내년도 실적악화 가능성 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5일 17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5일 단행된 롯데그룹 인사에서 유임된 롯데그룹 HQ 수장. (왼쪽부터)이영구 식품군 HQ 총괄대표, 김상현 유통군 HQ 부회장, 김교현 석유화학군 HQ 부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롯데그룹의 HQ(헤드쿼터) 수장 다수가 15일 단행된 그룹 2023년도 임원인사에서 생존했다. 호텔 HQ만 안세진 체제에서 이완신 대표로 교체됐을 뿐 이영구 대표(식품군 HQ), 김교현 부회장(화학군 HQ), 김상현 부회장(유통군 HQ)는 자리를 지켰다. 롯데 HQ는 그룹 주력사업부문인 유통(롯데쇼핑 계열), 식음(롯데제과, 롯데칠성), 호텔(호텔롯데 계열), 석화(롯데케미칼 계열)를 각각 총괄하는 자리를 말한다.


이번 인사를 두고 재계는 신동빈 그룹 회장이 유임된 HQ 수장들에게 실적 파고를 넘어설 시간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내년 롯데그룹에 펼쳐질 경영환경이 코로나 팬데믹 시절만큼이나 악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재신임에 대해 실적으로 증명하란 것.


실제 이날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내년도 산업군별 신용등급 및 사업환경 전망 자료를 보면 롯데 주력계열사 다수의 실적은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큰 편이다. 특히 석유화학과 유통군을 이끌고 있는 김교현·김상현 부회장에 펼쳐질 경영환경이 녹록잖을 것으로 관측됐다.



우선 한기평은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내년도 등급전망과 사업환경을 각각 '부정적', '비우호적'으로 책정했다. 올해 만큼이나 내년에도 석화제품 공급확대, 납사가격 상승, 수요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2조7000억원)에 이어 해외 배터리 생산법인에 4000억원, 유동성 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에 5800여억원을 수혈하는 등 자금경색 우려도 키웠다. 김교현 부회장 입장에선 1년 동안 적자(3분기 누적기준 3626억원)를 해소함과 동시에 노란불이 들어온 재무구조까지 개선해야 할 숙제를 안은 셈이다.


유통군 수장인 김상현 부회장의 어깨도 김교현 부회장만큼 무거울 전망이다. 롯데 유통HQ가 거느리고 있는 의류(롯데GFR, FRL코리아, 자라리테일코리아)와 주력인 소매유통사업이 부진에 빠질 우려가 있어서다.


한기평 관계자는 "의류산업은 올해 엔데믹 전환효과로 호실적을 냈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내년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편"이라며 "소매유통업 또한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한 터라 백화점을 제외한 대형마트, 이커머스 업체들의 수익성에 물음표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기평은 내년도 의류산업의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통업은 사업환경을 '비우호적'으로 각각 책정했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자사가 보유한 리테일 자산과 롯데하이마트 영업권 등지에서 대규모 우발손실(손상차손)도 발생하고 있는 터라 실적 정상화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김상현 부회장이 부임 이후 힘을 주고 있는 롯데마트의 그로서리 강화, 지방 백화점 실적개선, 롯데온 적자축소 전략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유임된 HQ 수장 가운데 이영구 식품HQ 총괄대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곡물가 등 원료가격 상승세가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단행한 가격인상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품군의 주력회사인 롯데칠성의 경우 올 3개 분기 만에 역대 최대인 19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롯데그룹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재계가 이 총괄대표의 유임이 앞선 김교현·김상현 부회장과 달리 '신상(信賞) 인사'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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