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지는 당국 입김…금융지주 수장 세대교체 바람
신한·NH농협금융 회장 교체 수순…손태승 회장, 15일 대법원 선고 앞두고 장고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17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무난한 연임을 예상하던 신한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의 수장이 모두 교체되는 수순을 밟게 되면서 금융사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포함해 회사를 감독하겠다는 당국의 발언 등 간접적인 압박이 더해지면서 물길이 바뀌는 모습이다. 남아있는 금융사 임원추천위원회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금융사는 차기 수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의 회장이 사실상 교체되는 상황에서 아직 임추위를 진행하고 있는 금융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을 마친 후 스스로 후보 용퇴 의사를 밝혔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에)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퇴 배경으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수장의 도덕성과 책무, 이사회의 투명성 등 몇몇 기준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만큼, 인사 교체에 대한 압박도 따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는 등 금융권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 최고경영자로서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지난 8일 "면접을 준비했지만 이렇게 빨리 (회장 후보가 되는 상황이) 올 줄은 몰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의 후보 사퇴에 대해선 "사전에 별도의 이야기가 없었다. 회추위 면접에 올라갈 때까지 몰랐다"고 언급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사법적 리스크를 해소한 조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상황에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소송과 라임 펀드 제재까지 얽혀있는 손 회장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오는 15일 대법원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징계취소 소송 판결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번 대법원 판단을 지켜본 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한 손 회장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면서 당초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라임사태와 관련해 다시 손 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리면서, 또다른 소송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연임은 불가능해진 상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경영진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금융은 규제 산업인데 CEO 선임에서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리스크를 보는 것은 금감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도덕적 흠결이 있는 CEO를 선임한 금융사에 대해서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감독하겠다는 압박이 담긴 발언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 원장은 "당국이 임추위 등에 어떤 의견을 내거나 반시장적으로 관여한 것은 전혀 없었다"며 직접적인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잦아진 만큼 다른 금융권 수장들도 교체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백이 생긴 자리에는 현 정부와 연이 있는 인사들로 대거 채워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차기 NH농협금융 회장 자리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후임에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회자된다. 국정감사 이후 자진 사퇴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의 자리에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하마평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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