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캐피탈사, 돈맥경화에 여전히 신음
여전채 수요 양극화···대기업·지주 계열 AA-급 이상 캐피탈채 선호 뚜렷
이 기사는 2022년 11월 30일 14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모회사로부터 유사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AA-등급 이상 캐피탈사들이 채권시장 충격 이후 빠른 속도로 채권 발행 규모를 회복한 반면, A+등급 이하 캐피탈사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중소형 규모 캐피탈사의 경우 계열사 지원도 기대할 수 없어 자금 압박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발행된 A+급 이하 캐피탈사들이 발행한 캐피탈채(할부금융채+시설대여채) 규모는 모두 60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A+급 이하 캐피탈채 발행금액이 1조28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3% 감소했다.


반면 AA-급 이상 캐피탈채의 발행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6조1620억원에서 올해 6조9868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중소형 캐피탈사의 경우 주요 금융지주 및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와 달리 계열사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 A+ 이하의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곳이 많다.


반면 하나캐피탈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와 현대캐피탈 등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캐피탈사는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힘입어 AA- 이상의 채권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 및 주요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이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등에 업고 오히려 발행 규모를 키워가는 동안 A+급 이하 중소형 규모 캐피탈사들은 여전히 원활한 자금 조달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9월 말 불거진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 탓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회사채 투자수요는 자취를 감췄고 10월 캐피탈채 발행 규모는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인 1조2660억원까지 밀렸다.


금융당국이 채안펀드를 가동해 여전채를 매입하는 등 긴급처방을 내리면서 11월 캐피탈채 발행금액은 4조3690억원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A+급 이하 캐피탈사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9월 4270억원에 이르렀던 A+급 이하 캐피탈채 발행금액은 10월 1200억원으로 줄었고 11월 610억원까지 감소했다. 전체 캐피탈채 시장에서 A+급 이하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9월 21%에서 10월에는 9%로 줄었고 11월에는 1%대로 내려앉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2년 1월 평균 18bp에 불과했던 AA-급 일반회사채 대비 캐피탈채 스프레드가 8월 47bp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에서 일반 회사채 대비 캐피탈채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캐피탈채 수요가 감소하게 되면 AA-급 이상 캐피탈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AA-급 이상과 A+급 이하 캐피탈채의 평균 표면이율 차이는 올해 초 30bp 수준이었지만 11월 50bp대로 확대됐다. 중소형 캐피탈사로서는 더 높은 금리를 내걸어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최근 등급별 캐피탈채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이마저도 요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는 회사채발행, 차입 등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회사채 발행이 감소하면 자산유동화, CP, 단기사채 등 대체 자금 조달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AA-급 이상 쏠림 현상이 계속된다면 중소형 규모 여전사들은 단기조달 비중이 증가해 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가 불안정해지는 등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A+ 이하 등급 내에서도 하위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캐피탈채 조달비중이 현저히 낮고 단기차입 비중이 크다"며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계열 신인도가 열위한 곳이 많아 유동성 리스크가 심화될 경우 단기화된 만기구조로 인해 재조달 위험(Refinancing risk)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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