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초가삼간 태워도 빈대만 잡으면 된다?
정부 코로나 지원 기업 대상 평가…신약 개발 의욕 꺾어선 안돼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2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당장 눈 앞의 마땅찮은 것을 없앨 마음만 앞서 그것이 초래할 위험은 미처 생각지 못한 데서 생긴 말이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 같은 속담이 떠오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정부의 임상지원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기업들 사업 전반에 대해 적절성을 검토하는 평가용역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은 백신.치료제를 포함해 총 14곳이다. 이중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 뿐이다. 나머지는 개발 실패로 임상을 중단했거나, 아직 임상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번 평가를 통해 임상지원사업 선정과정부터, 임상이 지연되고 있다면 왜 지연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사안에 따라서는 연구비 전액환수 또는 정부 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등도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국민의 세금이 사용된 만큼 사업 종료 후 제대로 된 평가를 해보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자칫 '신약개발 실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약개발이 어렵다는 건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해외에서도 개발 중인 신약 열 중 아홉 이상이 실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그러나 한국은 실패에 유독 엄격한 모습이다.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을 받는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번 정부의 평가 역시 '왜 실패했어?'라며 책임을 묻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는 향후 다른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신약 개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펜데믹 상황에서는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다. 개발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당장 개발에 실패했더라도 이 실패는 향후 개발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개발 시늉만 내는 등 코로나19 이슈에 편승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 하나를 잡아내는 것보다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 생명을 구해낼 수 있는 신약개발을 적극 장려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이득이다. 당장 눈 앞에 있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에 불을 놓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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